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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은... 피일까?
스테이크를 구웠을 때 약간씩 스며나오는 붉은 육즙. 크고 잘 구워진 레어 스테이크를 한입 베어 물면 담백하고 기름진 육즙이 흘러나와 입안을 가득 적시고 맙니다. 누군가는 이를 보며 먹음직스럽다고 느끼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피를 연상하여 처참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접시 위에 고기를 가만히 놓아 두면 마치 피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육즙이 흘러나오기에 정말 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피에 질색하는 사람 중에서는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꺼리는 사람도 더러 있죠.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붉은 색이라서 혈액을 연상시키기 쉽지만, 실제로 고기에서 새어나오는 육즙은 피가 아닙니다.
애초에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든 고기는 도축과정에서 가능한한 모든 피를 빼내게 됩니다. 이 작업을 방혈(防血)이라고 하는데, 피가 있으면 고기색이 나빠보이는데다 위생에도 좋지 못하므로 피를 제거하는 것이죠. 다만 실질적으로 모든 피가 다 빠지는 것은 아니며, 근육 조직에 퍼져 있는 수많은 모세혈관에는 피가 남아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 수준은 매우 미약하며, 스테이크에서 흘러나와 우리 입안을 적실만큼 흥건할 리는 절대 없습니다. 사실 육즙이 핏빛을 띄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육즙이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단백질과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오글로빈은 철 원자를 중심으로 하는 특별한 단백질이며 기본적으로 혈액을 구성하는 헤모글로빈처럼 산소에 관련된 역할을 합니다. 다만 다른 점은 헤모글로빈이 혈관을 따라 우리 몸 전체를 돌아다니며 산소를 온동네에 전달해주는 반면, 미오글로빈은 어디까지나 근육조직 내에 상존하면서 헤모글로빈으로부터 받은 산소를 근육세포에 전달 및 배급하는 작용을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고기들이 그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른 것도 실은 이 미오글로빈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미오글로빈 단백질 자체가 붉은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오글로빈이 세포에 많이 포함될수록 고기의 색깔이 붉게 물드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고기라고 부르는 것들은 전부 근육입니다. 가축들의 고기가 부위별로 모양이 각각 다른 이유도, 장소별로 근육의 사용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가축들이 종류별로 고기 색깔이 다른 이유도 바로 이 미오글로빈의 함유량에 결정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했듯 미오글로빈은 혈관을 통해 전달받은 산소를 근육 조직내에 배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칠면조나 닭의 근육은 단기간 재빠르게 움직이는 무산소 운동에 특화되어 있기에 이 미오글로빈 함유량이 높을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 옅은 색깔인 것입니다. 반대로 소나 돼지는 무거운 몸체를 지탱하기 위해 장기간 근육을 사용하며, 바로 이점 때문에 유산소 운동이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듯이 소나 돼지의 근육은 보다 높은 미오글로빈 함유량이 필요하며, 따라서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상대적으로 붉은 색깔을 띄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닭고기에는 0.005%의 미오글로빈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돼지고기는 0.2%이며 쇠고기는 미오글로빈 함유량이 0.6%라고 합니다. 참고로 인간의 근육의 미오글로빈 함유량은 약 2%이기에 쇠고기보다도 더 붉다고 합니다. 또 미오글로빈은 특성상 외부 공기와 접촉하면 갈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선한 고기를 오랫동안 밖에 방치해놓으면 그 겉면이 갈색으로 조금씩 물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다만, 그렇다고 그 특성을 신선한 고기를 판별하는 용도로 쓰기에는 애매한데 요즘에는 워낙 식용착색료가 발달한 탓에 그다지 신선하지 않아도 붉은 색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다만, 유통기한이 지났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색깔 상태를 보는 정도라면 유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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