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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크 표면을 구워서 육즙을 가둔다는 건 헛소리

무수히 많은 요리책, 유튜버, 블로그, TV프로그램에서 아주 당당하게 늘어놓는 헛소리 중 하나가 "육즙을 가두기 위해 고기의 표면을 굽는다" 입니다. 스테이크 표면을 제대로 구우면 맛있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지만, 표면이 구워졌다고해서 육즙이 가둬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구워진 스테이크 표면을 단 한번이라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알 수 있는 사안이지만, 아무리 스테이크 표면을 꼼꼼하게 잘 굽는다고 해도 결국 흘러나올 육즙은 흘러나옵니다. 육즙 보호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죠. 

사실 이 속설이 시작된 것은 1840년부터였습니다. 독일의 화학자인 유스투스 리비히(Justus von Liebig) 남작이 그의 저서 <Researches on the chemistry of food>에서 고기의 표면을 굽는 이점을 언급한 것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고기의 표면을 구우면 수분이 유지되기는커녕 잃어 버리고 만다는 것은 이미 1974년에 나온 논문에서 지적당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표면을 구운 고기 12점의 샘플과 굽지 않은 샘플 12점을 비교했는데, 처음에 표면을 구운 샘플이 3% 정도 더 많은 수분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실험이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실시되었으며, 모든 실험은 하나같이 비슷한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즉, 스테이크 표면을 굽는 행위와 육즙을 가두는 행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연한 일입니다. 스테이크로 쓰이는 고기는 기본적으로 근육이며 근섬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고기에 열을 가하게 되면 근섬유가 데미지를 입게 되면서 수분도 함께 손실됩니다. 손실되는 수분량은 제각각이지만 온도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즉, 고온이면 고온일수록 손실되는 수분량이 많아집니다. 

표면을 구워서 육즙을 가둔다는 건 듣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실제로는 안쪽 부분까지 충분히 열이 가해지지 않아서 내부의 육즙이 익혀지지 않은 것입니다. 익혀진다면 수분 또한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육즙도 사라지는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으며, 왜 무수히 많은 유튜버나 블로거, 연예인 할것 없이 거짓말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표면을 구워 육즙을 가둔 스테이크"라는 환상이 "표면만 익혀지고 안쪽은 설익은 스테이크" 보다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요리 전문가들도 알면서도 살짝 눈을 감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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