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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이 맛없는 이유는 우리 인간 책임!
기내식은 무조건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기내식이 맛없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항공사의 잘못이 아니라 먹는 쪽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혀의 표면에서 맛을 느끼는 기관인 미뢰가 문제의 원흉이죠. 이 미뢰의 맛에 대한 민감도는 습도, 기압, 후각, 청각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기내에서는 이러한 4가지 조건이 지상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는 40~70%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내는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습도는 20% 이하입니다. 이 습도가 얼마나 낮은 수준이냐면, 사막보다 낮을 정도의 습도이죠. 기내는 지상보다 훨씬 기압이 낮아서 대략 해발 2,500미터 급의 기압밖에 없기에, 기압 측면에서는 실질적으로 백두산 정상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낮은 습도와 기압 때문에 비행기만 타면 입안이 쉽게 건조해지는 겁니다.
이렇게 입안이 건조해지면 침이 감소하고 미뢰의 기능이 30% 정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맛, 특히 단맛과 짠맛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입만 건조해지는 것이 아니라 코도 건조해지기 때문에 냄새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냄새는 맛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코가 막히면 음식 맛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죠. 설상가상으로 기내의 낮은 기압은 공기 중의 냄새 분자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문에 기내에서는 맛도 맛일 뿐더라 냄새에도 무감각해지 쉽습니다.
또 소리 역시 미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소란스러운 환경에서는 음식을 먹고도 맛있다고 느끼기 힘든 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고급 레스토랑은 배경음악의 선곡에 고심하거나 재생속도를 조절할 정도죠. 그런데 비행기는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엔진 소리뿐만 아니라 아기 울음소리나,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 등으로 끊임없는 기내 소음으로 충만해 있기에 음식을 맛있게 느끼는 것이 힘든 것이죠.
그래서 수많은 항공사들은 기내식에 일반적인 지상 음식보다 더 많은 설탕이나 소금 넣어서 어떻게든 상쇄하려고 합니다. 즉, 기내식을 더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보다 기름지고 짜며 달달하도록 엄청난 양의 조미료를 첨가하는 것이죠. 기내식 구성을 찬찬히 살펴보면 튀김이나 볶음 등의 기름진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죠. 다만, 비행기 내부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주방 시설이 많이 제약되기 때문에 기내식 제공 직전에 오븐으로 데우는 등의 작업 정도만이 가능하며, 기내식의 맛을 끌어올리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정리
정리하자면, 기내식이 맛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기내라는 조건 때문에 인간이 맛을 느끼는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기내라는 환경은 기압이 낮고 건조하며 진동과 소음이 가득하기 때문에 우리의 미각과 후각, 소화 기관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며, 이러한 환경 변화 때문에 우리 몸이 제멋대로 기내식을 맛없다고 느끼는 것이죠. 다만 모든 음식이 악영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단맛과 짠맛은 약화되지만 감칠맛 만큼은 낮은 기압과 습도에서도 사람이 느끼는 정도가 변하지 않으며, 소음 속에서는 오히려 더 강하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마토 쥬스는 기내라는 조건의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토마토 쥬스는 기내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감칠맛이 특징적인 음료수인데다 토마토 특유의 냄새 때문에 지상에서는 토마토 쥬스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기내에서는 후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토마토 쥬스를 맛있게 느끼고 마는 것이죠. 실제로 토마토 주스는 기내에서 주문하는 음료수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사에 따르면 기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료는 맥주, 그리고 토마토 쥬스라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해외 여행이 거의 봉쇄된 상황이라 여의치 않지만, 나중에 비행기를 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토마토 쥬스를 주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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