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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유전자가 모두 똑같다!?
바나나의 장점을 늘어놓는다면 그야말로 끝도 없습니다. 먼저 달달하고 맛있으며, 영양가가 높으며, 가격이 저렴하고, 1년 365일 언제든 구할 수 있는데다, 표피 색깔로 익은 정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고, 매우 손쉽게 벗겨 먹을 수 있으며, 귀찮은 씨앗이 입안에서 방해하지도 않습니다. 그야말로 완전체에 가깝다보니 마트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의 대표주자 중 하나죠. 그러나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바나나도, 의외의 비밀을 숨기고 있습니다. 워낙 흔하고 쉽게 접하는 존재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이 바나나들은 유전자가 모두 똑같은, 이른바 복제 바나나같은 존재라는 점입니다.
바나나의 원산지는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이며, 이런 나라에서는 대자연 속에서 바나나가 자생하고 있죠. 그 품종으로 따지면 수십 종류가 넘으며 좀 더 세분해보자면 수천 종류의 바나나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야생바나나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흔히 먹는 바나나는 그 수많은 종류의 바나나 중 캐번디시(Cavendish)종 단 하나입니다. 물론 모라도(Morado), 틴독(Tindok), 칼다바(Cardava), 미니(mini), 애플바나나(apple banana) 같은 바나나 품종도 있지만 그 외양이나 맛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바나나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죠. 그 외의 야생 바나나도 인도나 필리핀 등지에 여행을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식용가능한 야생 바나나 품종은 1500가지를 넘으며, 이들 중에는 뚱뚱하고 짧은 것이 있거나 색깔이 빨간 바나나가 있는 등 각기 독특한 외관과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야생 바나나들은 캐번디시종과는 달리 안에 씨앗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먹기에 매우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경험자에 의하면 입안이 씨앗으로 가득차게 되서 바나나를 먹는다는 감각보다는 씨를 빤다는 느낌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조차 야생 바나나는 거의 먹지 않으며, 야생 바나나를 처리하는 것은 새나 원숭이의 몫인 것이죠. 그러던 중에 우연히 씨없는 바나나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했고, 이에 주목한 인간이 씨없는 바나나를 적극적으로 재배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나나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입니다.
그런데 씨가 없다는 시점에서 원래라면 번식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바나나는 씨앗 이외의 방법으로도 개체수를 늘릴 수가 있었습니다. 바나나는 무성생식의 일종인 영양생식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영양생식이란 생식기관이 아닌 줄기·뿌리·잎 등 식물의 체세포를 따로 잘라낸 후 재배하여 개체수를 늘리는 것을 말합니다. 바나나의 경우, 바나나 열매를 수확한 후 밑동을 잘라내면 땅속줄기에서 어린 줄기가 새롭게 자라게 되는데, 이걸 옮겨 심으면 또 다시 바나나가 열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과 동일하게 같은 맛과 형질의 바나나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모든 바나나의 유전자가 동일하다보니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진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죠. 이런 까닭에 오늘날의 노랗고 흔한 바나나는, 바나나가 걸리는 감염병인 파나마병(Panama disease)에 취약하며 세계 각지의 바나나 농가들은 실제로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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