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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없는 수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여름" 그리고 "과일"이라는 단어를 보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과일이 바로 수박일 겁니다. 수박은 풍부한 수분도 수분이지만 달달한 맛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죠. 수박을 먹을 때 딱 하나 귀찮은 점은 씨앗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씨앗까지 먹는 사람도 있지만 씨앗을 골라내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죠. 그런 까닭에 씨 없는 수박에 대한 선호도도 결코 적지 않은 편인데, 그런데 여기서 맛있는 모순이 발생하고 맙니다. 씨앗은 식물의 번식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런 씨앗이 없는 수박은 대체 어떻게 번식이 가능한 것일까요?
씨 없는 수박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 씨 있는 수박이 둘이나 필요합니다. 5000년전, 수박의 조상은 작고 딱딱하고 씁쓸한 맛의 아프리카 과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세기에 걸쳐 보다 나은 특징의 과일이 되도록 교배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현재처럼 달달하면서도 육즙이 가득한 수박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씨 없는 수박이 만들어지기 위해, 우리 인간은 돌연변이 육종이라고 불리우는 프로세스를 사용했습니다. 콜히친(Kolchizin)이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식물의 유전자를 변화시킨 결과, 1939년 씨 없는 수박이 발명된 것입니다.
콜히친은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기에 의약품으로도 이용되는데, 식물에 있어서는 세포 분열 시에 복제되는 DNA를 분열시키지 않는 작용을 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염색체 수의 배수성의 변화를 촉진시키기도 합니다. 수박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2배체, 즉 세포 안에서 유전자가 복제될 때 염색체수가 2배가 되도록 진화한 존재인데, 이 수박에 콜히친을 사용하면 4배체의 수박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원래의 2배체 수박과 4배체 수박을 인위적으로 교배시키면 3배체의 수박이 탄생하게 되는데, 바로 이 3배체 수박이 씨 없는 수박입니다. 3배체의 염색체는 완전하지 못하므로, 3배체 수박이 자라나더라도 성장 가능한 씨앗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씨 없는 수박을 하나 재배하기 위해서는 2배체와 4배체를 키워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2배체와 4배체를 교배시키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필수적인데, 이는 사실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특히나 인건비가 높은 지역이면일수록 씨 없는 수박의 가격은 높아지게 되는 반면, 소비자들이 수박에서 씨앗을 제거해서 먹는 일을 그렇게까지 꺼리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빈약한 시장성 탓에 한국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게 되었죠. 단,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의외로 꽤 많이 재배되는 편입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특히나 수돗물의 품질이 나빠서 음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씨 없는 수박 같은 과일로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죠. 우리로서는 약간 이색적인 음료수로 보이는 수박쥬스도, 동남아시아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여담이지만 세간에는 씨 없는 수박의 발명자라고 알려져 있는 우장춘 박사는 사실 씨 없는 수박 연구에는 참가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 씨 없는 수박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연한 사람이기 했죠. 다만 그것이 와전되고 또 와전되어 우장춘 박사가 씨 없는 수박을 최초로 발명했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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