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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라디오, TV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정체는?
옛날 TV이나 라디오를 써 본 경험이 있다면 분명 한번 이상 묘한 소음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채널 설정이 완벽하게 되어 있을 지라도 가끔씩 귀에 거슬리는 이 소음는 결코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치익 치익 하는 소리나 TV 화면에 나오는 회색 점묘화같은 영상 말이죠. 사실 이 소음은 일종의 전파장해이기도 한데, TV이든 라디오이든 그 원인은 같습니다. 과거 뜨거웠던 우주로부터 온 복사가 전파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죠. 즉, 우리가 항상 소음처럼 생각했던 그것은 우주가 최초로 시작된 빅뱅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길고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TV이나 라디오의 안테나는 전자파를 통해 방송용 타워로부터 정보를 수신합니다. 그러나 공기 중에는 이러한 방송용 전파 외에도 수많은 전파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번개인데, 번개는 내리칠 때마다 폭발적인 전파를 발생시키며 신호에도 간섭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전자제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전파일 때도 있으며,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광선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방해전파 중 하나가 바로 우주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불리우는 빅뱅의 흔적입니다. 바로 이 우주 배경복사는 우주가 과거에 뜨거웠고, 매우 균일한 상태였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서 빅뱅 우주론이 정설로 자리잡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이 우주 배경복사를 들을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가전제품들은 아날로그 신호가 아니라 디지털 신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신호는 전자파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만, 특정 이산신호(離散信號)만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간섭에 의해서 전파가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TV 쪽에서 원본 전파를 추정하여 복호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전파 간섭을 받지 않는 이상 노이즈가 생기지는 않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부러 유튜브를 찾아보거나 구식 TV이나 라디오를 끄집어내지 않는 이상 빅뱅 시기의 우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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