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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를 지르면 눈사태가 일어날까?
눈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를 보면 한번쯤 등장하곤 하는 장면이, 누군가가 비명을 질러서 큰 소리가 난 결과 눈사태가 일어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경사면을 타고 거대한 파도가 되어 쏟아지는 수백만 킬로그램의 눈사태는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는 것이죠.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장면을 납득해버리곤 하는데, 과학적으로는 비명 소리가 눈사태의 원인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사실 사람의 비명소리가 눈사태의 방아쇠가 될 확률은 스키 때문에 눈사태가 발생할 확률보다 압도적일만큼 낮습니다. 적어도 스키가 눈에 주는 압력은 인간이 육성으로 낼 수 있는 그 어떤 소리보다도 더 크기 때문입니다.
눈사태가 나게 되는 주요 원인은 눈 덮인 설산이, 실은 2개의 다른 층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산에 갑자기 눈이 와서 며칠간 쌓이게 되면 그 표면은 "표면 서리(surface hoar)"라고 불리우는 단단한 서리의 얇은 층으로 감싸이게 됩니다. 이 표면 서리 위에 새롭게 쌓이는 눈은 하층부에 밀착된 눈과 섞이지 않으며 그 상태 그대로 쌓이게 되죠. 그 결과, 표층에 있는 눈은 붕괴되기 쉬운 상태가 되며 반대로 안쪽에 있는 눈은 그 밀착력이 더욱 강해집니다. 즉, 우리가 보기에는 눈이 쌓여있는 것만 같아도 실제로는 2개의 각기 다른 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표층에 스키 등으로 인해 작은 힘이 가해지게 되면, 표층에 있는 눈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눈사태가 발생하는 것이죠.
사실 소리는 일종의 압력파이기 때문에 충분히 큰 소리라면 눈사태를 일어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실제로도 다이너마이트로부터 나오는 충격파로 의도적으로 눈사태를 일으키곤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육성으로 낼 수 있는 소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이크나 확성기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또 모를까,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냥 비명소리 정도나 총소리는 눈사태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군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클레이모어 폭발음이나 포격음 정도는 되어야 눈사태가 발생합니다. 이건 귀를 멍멍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소리만으로도 몸이 진동할 정도니까요. 즉, 아주 큰 소리가 아닌 이상 눈사태를 일으키지 못하며, 인간이 육성으로 큰 소리를 지르는 정도로는 눈사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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