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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실려 있으면 100% 다 맞는 말일까?
현대인 중에서 교과서를 단 한 차례도 들춰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공부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의무교육과정을 거쳐온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기본 교재로 삼아 여러 지식들을 배워왔을 테니까요. 대학입시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요즘은 참고서 쪽이 더 우월한지라 교과서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에 실린 정보라면 올바르다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곤 하죠.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것 역시 편견입니다. 다만 대중들에게 최소한의 교양을 갖게한다는 특성상, 교과서에 실리는 정보는 분명 보수적으로 취사선택될테니 맞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교과서를 한 권 골라 전체를 쭉 훑어보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분이 드문 드문 나타납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부정된 설들이 아직도 버젓이 실려 있기도 할 정도이죠. 2010년대에 들어 정정되기는 했지만, 과거 생물시간만 되면 실험정신이 투철한 실험맨들을 미각 음치로 만들었던 "혀지도론"부터 산성과 염기성에 대한 실험 오류, 역사 교과서에 틈만 나면 등장하는 역사왜곡이나 잘못된 표기 등 무수히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2020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나와 있는 건강정보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건강정보 중 잘못된 내용이 많고, 신뢰성 수준은 50%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정도입니다.
이런 특성 탓에 학문 영역에 따라서는 대학 진학과 더불어, 거의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할 필요성이 있기조차 합니다. 아니 대체 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할 교과서에, 왜 이렇게 오류가 빈발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타임랙입니다.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제작 기간이 긴 편입니다. 게다가 시험이 중시되는 한국 교육과정의 특성상, 교과서 내용이 기존과 크게 바뀌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 보수적으로 정보를 선택한다는 특성상, 교과서가 개정되더라도 가능한한 기존의 교과서들의 내용을 재활용하여 집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교과서에는 학계의 최신 동향이 반영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교육을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그 내용은 매우 피상적이며 지엽적인 내용에 그칠 수 밖에 없으며, 전문학자들이 보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아주 많은 것이죠.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참고하는 수준으로 교과서를 바라보면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과서를 놓고 배우는 입장인 초중고 레벨에서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과서 이외의 지식에는 접근할 여유도, 이유도 없거든요. 또 학습의욕이 높아 관련 대학에 진학하여 보다 전문적인 지식에 접근하게 되더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 이외의 지식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멈춰있게 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렇다보니 대중의 상식과 학계와의 괴리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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