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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백제, 신라의 언어는 같았을까?

전세계에 K-POP를 위시로 한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문화나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움직임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인도 정부가, 2017년에는 필리핀과 터키가 각각 정규 교육과정의 제2외국어 과목에 한국어를 채택했으며, 현재 28개국 1495개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하고 있죠. 또 KF 통계센터에 따르면 해외대학 중 105개국 1368개 대학에 이미 한국어·문화 강좌·전공과정 개설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만, 정작 우리는 한국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아니, 이 한국어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언어일까요? 고조선? 아니면 삼국시대? 사실 한 나라의 언어가 시대적으로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가늠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남아있는 자료를 통해 우리는 아주 대략적인 윤곽 정도는 파악할 수 있죠.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언어가 같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중국 사서를 보면 일관되게 부여, 고구려, 옥저, 예 등의 언어가 비슷하고 말갈, 읍루 등의 언어와는 뚜렷하게 다르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서(梁書)에는 고구려어와 백제어가 서로 통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신라인과 대화할 때도 백제 사람이 중간에서 통역 역할을 해야만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서술만 가지고 신라와 백제는 같은 언어를 쓰며 고구려와도 말이 통했다는 추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양서에는 표상적 서술 이외에 어휘에 대한 기록이 너무 적기 때문에 삼국의 언어가 동일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상식적으로 외국어를 아예 모르는 한국인이 이탈리아인과 대화할 때, 독일인이 중간에서 통역했다고 해서 독일어와 이탈리아어가 동일 언어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양서를 비롯하여 현전하는 언어 자료만으로는 고구려·백제·신라어의 상호 관계를 단정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삼국이 공통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있으나, 이에 제시되는 예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또 학자에 따라 의견이 상당히 갈리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국사편찬위원회의 우리역사넷에 따르면 삼국의 공통 단어 뿐만 아니라 그 중 두 나라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는 단어도 극소수라고 합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삼국의 언어가 동일하다고 결론짓는 것은 힘듭니다. 

 

반면 삼국시대 각국의 언어들과 중세 및 현대 한국어를 비교해보면 유사한 어휘가 여럿 발견됩니다. 현 시점에서 이 현상에 대한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은, 삼국 통일 이후 국어가 단일어로 발전되는 과정에서 새로 흡수된 지역의 과거 언어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것이죠. 

※ 이 글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우리역사넷의 신편 한국사를 참고로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링크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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