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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인들은 정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을까?

역사에 대한 일반 상식들을 두루두루 살펴보면 <옛날 사람들은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다> 라거나 <바이킹은 야만적인 민족이었다> 와 같이 가끔씩 잘못된 속설들을 더러 마주할 수 있습니다. "중세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라는 주장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직관적으로 대자연을 관찰해보면 땅이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지표면에서 조금 관찰해보는 것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을 만큼 지구의 곡률은 완만한데다, 지구가 둥글고 공 모양이라면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을 수 있을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한 모양새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식인들조차 중세 때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는 이야기는 심각한 모함입니다. 지구가 둥근 공모양이라는 지구 구형론은 이미 고대 그리스 시절에 정설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기원전 6~7세기 사람인 탈레스는 지중해를 항해하면서 얻은 지식을 통해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며, 직각 삼각형으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탈레스의 경험을 토대로 지구는 둥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 때 달에 생기는 지구 그림자가 둥글며, 남쪽 지방과 북쪽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가 다르며, 수평선 너머에서 다가오는 배가 돛대부터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을 지구 구형론의 증거로 들었습니다. 헬레니즘 시기의 천문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는 더 나아가 오차가 있긴 했지만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세기에 접어들면 종교적인 이유로 지구가 둥글다는 그리스 시절의 발견을 거부하고, 지구 평면설로 되돌아갔다는 믿음이 있는데 중세 시절에도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콜라 철학자들도 당연히 지구가 둥글다는데 동의했고, 저 유명한 토마스 아퀴나스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증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시기 뜨거웠던 이슈는 코페르니쿠스&갈릴레이의 지동설 vs 천동설이었지, 지구 구형설 vs 지구 평면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중세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가장 유력한 설은 콜럼버스 위인전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콜럼버스 위인전 중에는 다른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기에 대서양 서쪽으로 계속 항해하면 떨어져버린다고 두려워했기에 그의 탐험에 반대했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사실 당시 유럽 지식인들에게 지구 구형설은 상식이었습니다. 콜럼버스가 반박당한 부분은 그의 거리 계산법이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인도나 일본은 현재의 아메리카 대륙의 위치에 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그곳이 인도가 아니라는 증거가 수도 없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그는 이번에는 지구 구형설 자체를 부정해버립니다. 지구는 둥글지 않고 배 모양 형태이라고 완전히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며 죽을때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이렇게 콜럼버스가 정신승리를 하면서까지 아메리카 대륙=인도에 집착한 이유는, 애초에 그가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대서양을 건넌 것이 아니라 인도로 가기 위한 신항로를 찾기 위해 떠난 것이기 때문이죠.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위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중세기 논쟁이 되었던 지동설 vs 천동설과 지구 구형설 vs 지구 평면설이 혼동되기 쉬운데다, 콜럼버스 위인전이 이에 기름을 끼얹은 결과, 우리는 "중세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는 근거없는 주장을 받아들여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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