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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흑인노예는 있어도 아시아 황인노예는 왜 없을까?
"아프리카 흑인노예"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분명 한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아시아 황인노예"라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실제로 구글에 검색해보면 "Black slave" 라는 키워드에는 약 5,450,000개의 검색결과가 나오는 반면, "Asian slave"는 666,000건, "Yellow slave"는 225,000건만이 나옵니다. 아시아에 노예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며, 유럽 열강이 동남아시아를 식민지배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노예라고 하면 흑인을 떠올리게 되어버린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대서양 노예무역"의 영향입니다.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 흑인들을 강제로 아메리카 등지로 이주시키고 노예로 삼은 이 대서양 노예무역은, 명실상부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노예무역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인종차별이라는 형태로 남아 세계 각국에서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죠. 그런데 당시 근대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만을 노예 무역의 대상으로 삼고 아시아의 황인들은 노예무역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흑인에 비해 황인종이 운동능력이 뒤떨어지니까? 일리는 있습니다. 애초에 대서양 노예무역이 발생하게된 원인이 바로 플랜테이션 농업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설탕에 대한 유럽인들의 수요가 워낙 엄청났던지라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의 수익성이 매우 높았기에 미대륙이나 카리브해 근방의 여러 섬들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이 대량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이 사탕수수 재배에는 적지 않은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이주민만으로는 이를 전부 충당시키기 힘들었기에 아프리카로부터 노예를 들여오는 것이었으며, 중노동에 써먹기 위한 노예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성별도 힘이 좋은 남성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황인종은 완력도, 순발력도 다른 인종에 비해 뒤쳐지기 때문에 힘쓰는 노예로는 적합해보이지 않기는 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바야돌리드 논쟁(Valladolid debate) 때문이었습니다.
바야돌리드 논쟁이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오와 접촉하게 된 유럽문명이 인디오들을 인간이라고 봐야할지 아닐지를 둘러싸고 1550년 스페인 서북부의 바야돌리드에서 일어난 논쟁이었습니다. 당시 스페인이 차지하고 있던 아메리카 식민지는 여러 문제에 봉착한 상태였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오들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필요해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논쟁 끝에 교황 특사는 "인디오들에게도 이성과 문화가 있으며, 인디오들을 노예로 삼거나 가혹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 는 결정을 내리면서, 인디오를 비롯한 황인종들은 유럽인들의 노예화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제아무리 돈에 눈이 먼 유럽인들이라 할지라도 겉으로는 기독교도를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결과에 승복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식민지배한 유럽열강들도 식민지를 가혹하게 통치한데다 자원 수탈에 열을 올렸지만, 아시아 황인들을 대량으로 노예로 삼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시키는 "태평양 노예 무역"을 발전시키지는 않았죠. 또 서부개척 시기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충돌하거나 인디언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강제로 내쫓았으면 내쫓았지, 이들을 노예로 삼아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부려먹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바야돌리드 논쟁에는 허점이 있었는데, 바로 흑인에 대해서는 인간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황인은 최소한 사람이긴 하니까 노예화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흑인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노예로 삼아도 된다는 논지로 이어졌고, 그 결과 1000만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무역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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