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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정말 억울했을까?

소크라테스하면 “네 자신을 알라.” 라는 명언이 가장 유명합니다. 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태연하게 독배를 마시며 전했다는 말인 “악법도 법이다.” 는 명언도 있죠.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플라톤이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억울했으며, 현인 소크라테스를 죽도록 만든 아테네 민주정이야말로 이성과 개인의 양심을 다수의 폭정에 의해 지워버린 만악의 근원이었을까요? 

당시 그리스 재판은 전부 구두로 진행되었기에 글로 공식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소크라테스의 재판 과정에 대한 명확한 진실은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로 참고하게 되는 주요 근거 자료는 플라톤의 <변명> 크세노폰의 <회상>인데, 이 두 텍스트 자료는 서로 내용이 일치하지 않고 곳곳에 상반된 진술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적인 면을 비추고 있으며, 크세노폰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아테네 민중들의 견해를 조망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플라톤이 <변명>에서 이야기하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결국 플라톤의 입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의 첫 순서는 재판정의 서기가 배심원들에게 고발장을 읽어주고, 이후 고소인이 고소내용에 대해 발언한 다음 피고소인이 자신을 변론하는 식이었습니다. 배심원들은 이들의 발언을 전부 듣고 나서 평결을 내리게 되며, 이 때 유죄가 입증되면 배심원들은 형벌 선택을 위해 마지막으로 투표를 하게 되었죠. 소크라테스는 첫번째 평결에서 유죄 281표와 무죄 220표를 얻었으며, 두번째 형벌 선택에서는 361표 대 140표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사형을 선고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사형에 처혀진 죄목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①아테네가 믿는 신을 믿지 않았으며 ②아테네의 청년들을 타락시켰다 라는 조금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 

①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의 행동과 언변 때문에 그의 신앙심이 의심받았다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②의 경우 너무나도 애매모호합니다. 타락의 정의는 둘째치고 대체 누구를 타락시켰는지도 언급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사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아테네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대의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에서 패배하였고, 스파르타는 아테네에 과두파가 정권을 잡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파르타 입장에서는 아테네의 민주정을 과두제를 통해 와해시킬수 있으리라고 여겼던 것이죠. 그리하여 귀족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30인의 참주 지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은 참정권을 가진 시민 숫자를 제한하거나 민중파 및 온건-과두파를 대대적으로 학살하고 재산을 강제로 몰수하는 등 폭정을 휘둘렀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발한 민중파들은 불과 1년 만에 내전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아테네에는 민주정이 회복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인들은 여전히 잔인하고 독재적인 30인의 참주 정부의 지배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아테네 시민들에게 있어 과두파는 민주정을 위태롭게 만드는 살아있는 위협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겐 불운했던 일이지만 그의 제자들 중에는 30인 참주 중 2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자신은 과두정치에 결코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지만, 그의 제자들 중에서 폭정을 휘두른 인물들이 배출되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으며, 아테네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현자이기 이전에 민주정에 대한 위협하는 암세포로 비춰졌습니다. 그런데 이 암세포를 제거하는데는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과거 민주정의 회복 과정에서 내전 상황을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해 관련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령이 내려졌었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소크라테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테네 재판정은 소크라테스에게 아테네 민주정을 배신한 위험인물을 키웠다는 혐의를 적용시키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었으며, 결국 ①아테네가 믿는 신을 믿지 않았으며 ②아테네의 청년들을 타락시켰다 라는 엉터리 고발내용으로 그를 몰아세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배심원들은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하는데 동의했고, 이를 직접 목격한 플라톤은 직접민주제가 타락하면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죠. 다만 비록 소크라테스가 399년에 죽임을 당했지만 그는 재판 이전까지 아테네 인들이 그토록 적대시하는 내용들을 비교적 자유롭고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간과되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스파르타 국내에서 스파르타인들에게 적대적인 내용을 설파하고 다녔다면, 과연 오랜 세월 무사할 수 있었을까요? 이러한 입체적인 측면 덕분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수많은 각도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정말 소크라테스가 억울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의견이 천차만별로 갈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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