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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을 통찰하다:
[1] 통찰(Insight)이란 무엇인가?
[4] 고도로 몰입하고 집중해야만 통찰에 이를 수 있다?
통찰(Insight)이란 무엇인가?
통찰에 대한 정의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입니다. 인터넷 기사 같은 걸 찾아보면 흔히 통찰이란 사물이나 현상에 깊게 몰입하여, 그것의 지표를 꿰뚫고 골격을 살피며 그 본성을 파악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거창하게 설명하곤 하는데 문학적인 허풍도 그 정도면 사기에 해당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통찰로 그런 행위가 가능하다면 왜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양자 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을 창안하지 못했을까요? 왜 히포크라테스는 사체액설(四體液說)을 의학적 치료원리로 주장했으며, 왜 아이작 뉴턴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했을까요? 왜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양자 역학을 인정하지 못하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같은 말을 내뱉었을까요? 그 이유는 통찰이란 건 절대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립 국어원에 따르면 통찰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 이라고 하는데, 통찰의 순간을 단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의가 얼마나 편협하고 또 통찰의 단편적인 부분만 포착하고 있는지 아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통찰이라는 행위는 절대로 사물을 보는 행위(look)가 아니라, 깨닫는 행위 또는 발견하는 행위(see)에 가까우며 통찰했다고 해서 반드시 정답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통찰은 특정한 문맥 속에서 분명한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Insight is the understanding of a specific cause and effect within a particular context.)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그나마 이 정의는 납득할만 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볼프강 퀄러(Wolfgang Köhler)를 위시한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통찰이란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였을 때, 시행착오법에 의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성의 중요한 작용이라 하였으며 또 사물이나 현상의 특징이나 관계 등을 분명하게 파악하는 심리적인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기한 국립 국어원의 정의에 비하면 훨씬 더 그럴듯 합니다.
유레카 효과(Eureka effect): 아르키메데스와 순금왕관
통찰을 이해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사전적인 정의에 매달리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동의어나 다름없는 유레카 효과(Eureka effect)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유레카 효과는 다른 말로는 아하! 효과(Aha experience)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인 사람이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문제나 개념을 갑자기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뜻합니다. 이 유레카 효과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그 단어의 어원이기도 한 아르키메데스의 일화인데, 그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그 사건을 꼼꼼히 뜯어보면 통찰에 대한 진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칠리아의 전설적인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왕으로부터 순금왕관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시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점의 아르키메데스는 해답을 이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무게가 동일한 금속들의 경우 그 부피 즉, 밀도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금이 다른 어떤 금속보다도 밀도가 높다는 점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또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체를 집어넣으면, 물이 넘치게 된다는 기본상식도 당연히 알고 있었죠. 문제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까지만해도 위의 사실들이 서로 연관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명령을 받은 시점에서는 왕관을 녹여본다거나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제일 먼저 그의 뇌리를 스쳤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무게를 달아 비교해본다던지 하는, 비슷하지만 명백히 잘못된 방법들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을 겁니다. 만약 처음부터 상기 사실들을 연관지을 수 있었다면, 그는 곧바로 실험실로 직행해서 여러 실험을 통해 부력의 원리를 밝혀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는 하루종일 실패한 끝에 목욕탕에서 한숨 돌리기로 결정하는데, 욕조에 몸을 담그자 흘러넘치는 물을 바라보면서 아르키메데스는 드디어 통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금속의 밀도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과 흘러넘치는 욕조물을 그제서야 연관시켜, 그 상관관계로부터 부력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며 "유레카!"를 외쳤던 것입니다.
즉, 아르키메데스에게는 처음부터 부력의 원리를 밝혀낼 수 있는 기초적인 지식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편견이나 경로의존 등의 불필요한 제약을 떠안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맞이한 통찰의 순간을 통해 불필요한 제약을 부분적으로 해소함으로서, 과거에는 미처 깨닫고 있지 못했던 가능성(금속의 밀도와 흘러넘치는 물의 상관관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통찰이란 건 불필요한 제약을 극복함으로서 기존의 인과관계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요소를 새롭게 자신의 세계관에 편입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라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통찰이 갖는 한계 역시 명확해집니다. 아무리 천재적이며 전문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세계관에는 필연적으로 흠결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이런 불완전성 때문에 통찰 역시 그 세계관의 외연에 부딫히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일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금속의 밀도에 대한 지식이 당시까지 없었다거나, 아니면 그가 금이나 다른 금속이나 밀도가 같다고 잘못 알고 있었더라면, 순금왕관과 욕조물을 연관지어본들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났을 겁니다. 즉, 통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개념들이 활용 가능한 상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바로 이 점이 수많은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가, 과학자들을 헛발질하게 만든 원흉이었죠.
※통찰을 통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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