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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인류은 전쟁이라는 행위로부터 아직 졸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석기 수렵채집 시절이든, 문명이 꽃피기 시작하는 초기농경 시절이든, 동서고금 지구상 거의 모든 유적지에서는 비정상적일 만큼 많은 무기가 출토되고 있는데 이것은,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간이 전쟁이라는 행위를 계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죠. 이 때문에 혹자는 전쟁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매우 슬픈일이겠죠.
전쟁은 경제적・민족적・종교적・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촉발됩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원인들의 뒤에 숨겨진, 가장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하면 인간의 이기심일 겁니다. 만약 인간이 뼛속까지 이타적인 동물이라면, 인간 사회에서 갈등 자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을 뿐더러, 그 갈등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돌출될 확률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때 한가지 의문이 드는 점은, 과연 이기적인 것은 오직 인간만일까요? 애초에 왜 우리는 이기적인 걸까요?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인가?
사실 우리가 인간이라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것입니다.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존속시키고, 자손을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자원을 조달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 자원을 ATP, 플랑크톤, 밥, 돈, 권력 등 취향대로 발음하는데, 문제는 이 세상에 부존되어 있는, 혹은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기심을 갖춘 생물일수록 자원 확보에 유리했으며, 그 결과 보다 쉽게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이기심은 종의 존속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한 형질이었기 때문에, 이기심을 갖춘 생물만이 살아남아 현존해있는 것이며, 그저 인간 역시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다만, 이기심만이 생물이 가진 유일한 본성은 아닙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생존 조건을 만족하는 지점까지는 철저히 이기적인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 지점을 넘어서게되면 차츰 이타심을 발휘하게 됩니다. 늑대가 모성애를 발휘해 인간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사례 등이 이에 속하죠.
반대로 오히려 지나치게 이기적인 개체들은 다른 개체들로부터 반감을 사게 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개체에게 외면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기심이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의 경우, 전체의 생존과 집단생활 유지를 위해, 일부 개체의 이타심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매우 많죠. 이기심은 인간 사회의 많은 것들을 설명해줍니다. 그러나 모든 것들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즉, 생물은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이타적인 존재입니다.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이타심 역시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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