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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고양이과 맹수들 중에서도 사자에 필적하는 최강급 맹수이며, 한반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최상위 포식자인 강력한 동물입니다. 과거에는 이마에 새겨진 줄무늬가 임금 왕(王)자와 닮았다고 산중왕이다, 산신령이다 부르며 호랑이를 숭배하기까지 했으며, 심지어는 호랑이가 살지않는 일본에서도, 용감한 장수를 호랑이에 빗대면서 경외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한국어에는 호랑이에 의한 재해라고 하는, "호환(虎患)"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만큼 호랑이는 인간에게 실질적인 해악를 끼쳤던 존재입니다. 한양에조차 호랑이가 빈번히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상당히 높은 빈도로 호환이나 호랑이에 관한 내용이 언급될 정도이니, 한반도에 살던 민초들에게 있어 호랑이는 실질적인 위협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왜 한국은 호랑이에게 우호적인가?
가장 그럴싸한 주장은, 호랑이에 대한 경외심이 한국 특유의 산악숭배 사상과 융합되어, 산신신앙으로 정립되면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호랑이가 가진 힘과 민첩성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은, 호랑이가 서식하는 지역이라면 어디든 나타납니다. 한반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이러한 호랑이에 대한 경외심이 산속에 존재하는 신과 연계되면서, 산신이 호랑이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거나 호랑이가 산신령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호랑이에 대한 숭배사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희석됩니다.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호랑이는 백성을 해치는 유해조수로 인식되었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호랑이 사냥에 나서게 됩니다. 특히 호랑이를 잡기 위해 착오갑사라는 직종을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고, 호랑이 사냥용 특수부대가 따로 있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호랑이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일제강점기에 와서는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절멸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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