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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농업 최강국은 미국입니다. 미국의 농지면적은 워낙 넓은 탓에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게 당연한데다 토지 비옥도를 따져봐도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에 고도로 발달한 농업 생산기술과 자본주의 특유의 규모의 경제가 결합한 탓에 미국의 1인당 농작물 생산량은, 전통적인 농업대국인 중국이나 인도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비단 농업뿐만 아니라 미국이 위치하고 있는 북미대륙에는 금, 철, 석탄, 석유, 우라늄 등 온갖 자원이 넘쳐나는 곳이기에 자연환경 자체가 마치 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이 고개를 들 수가 있습니다. 미국이 성립하기 이전, 그러니까 아직 북미 원주민들이 지배적인 위치에 서 있었던 시절에도 분명 북미대륙은 북미대륙이었을 겁니다. 우라늄이나 석탄같은 자원이야 과학기술이 선결되지 않으면 활용할 수가 없으니 둘째치더라도, 땅 자체는 여전히 비옥하면서도 넓었을 텐데 왜 북미 원주민들은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요? 현재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농업 대국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똑같은 역대급 꿀땅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왜 인디언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까요? 게으르고 멍청하니까? 아니면, 인디언들이 단체로 히피히피에 피~스하고 있었으니까?
인디언들은 왜 비옥한 북미대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
사실 북미 원주민들도 넋놓고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현재 북미대륙 최대의 곡창지대라고 불리우는 대평원 지대에는 대략 13,000년 전부터 인디언들이 살기 시작했고 초기에는 수렵 및 채집으로 식량을 조달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도 유용한 식물의 종류나 그 성장을 촉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해서 재배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작물 중 하나가 바로 옥수수였죠. 밀 같은 유럽 곡물에 비해 옥수수는 높은 생산성을 지니고 있었고, 그 덕분에 인디언 농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간단한 도구, 협소한 경작지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많은 수확량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았습니다. 인디언들의 대평원 농업에 있어 가장 큰 제약은 바로 강수량이 너무 부족한데다 가뭄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기 때는 비교적 건조한 서부 지역까지 농지를 확장하다가도, 건기가 오면 다시 축소하는 등 대평원에 있던 인디언 농지는 항상 일정하지 않았고 성쇠를 되풀이했습니다. 또 특정 지역에서 각잡고 대규모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수적인데 불행히도 북미 대륙에는 인간이 길들일 수 있는 대형 가축류는 없었기에 이마저도 여의치 못했습니다. 이처럼 농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기에 대부분의 대평원 인디언들은 농업과 사냥이 조합된 형태로 생계를 꾸려나갔지요.
이런 점을 비추어보면 북미 대륙의 인디언들의 경제력은 몽골 정도였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안타깝지만 몽골보다도 한참 아래였습니다. 적어도 목축은 가능했던 몽골고원과는 달리 북미지역에는 목축에 적합한 가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목축을 시작한 것은 어디까지나 유럽인들이 미대륙에 정착한 이후 그 유럽인들로부터 말과 양을 들여온 시기부터였으며, 이런 결점 때문에 과거 북미 대륙의 인구밀도는 유라시아 대초원 지대는 커녕 시베리아에 가까운 수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로 불리우는 대평원 지역조차, 유럽인들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주요 강을 따라 작은 마을들이 구성되었던 수준이었죠.
정리해보자면 북미 원주민들도 농사를 지으려 시도는 했습니다. 하지만 농업 기술 및 도구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데다 부족한 강수량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대규모 농사에 필요한 대형 가축류를 얻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농경이 발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다만 Plains Village period에 접어들면 인구가 증가세에 접어들면서 사회가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대평원에서 가뭄은 일상적이었던데다 시기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들소 개체수가 후기로 갈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는 까닭에 조금씩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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