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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는 항상 소외받고 낙후된 지역이었을까?
만주 지역이라고 하면 현재 중국의 동북 3성을 아우르는 지역을 뜻하며, 조선족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연변조선족자치주도 이곳에 있죠. 한반도의 북방에 위치하며, 전근대 시절까지만해도 만주 지역은 기후나 지형조건 탓에 반농반렵이 강제되는 곳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만주"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중국의 변방 지역에 개발도 그다지 되지 않은 낙후된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그 인식은 어느 정도 타당한 편인데,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이 동북 3성은 경제 성장과 발전에서 소외되어 현시점에서는 중국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저발전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주 지역이 항상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 기준 동북 3성의 인구는 약 1억 892만명이며, 1990년에는 약 9933만명, 1964년에는 약 6273만명이었습니다. 면적이 넓다고는 하나 대한민국과 비교해보면 항상 2배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만주지역이 한반도나 중국 본토에 비해 농업에는 그다지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만주에서 과연 어떻게 이런 인구수가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사실 만주 지역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시점부터 개혁개방 이전까지만해도 중국 최대의 공업지대였습니다. 과거 일제가 만주국을 세우고 대륙 침공을 꿈꾸던 당시, 병참기지화를 목표로 만주 지역의 중공업에 중점적으로 자본을 투자했습니다. 1930년대 일본의 제조업 생산량은 소련을 제외한 서구 열강들을 가볍게 능가할 만큼 엄청난 증가율을 보였는데, 만주에서의 산업발전이 이 증가세의 가장 큰 기여요인으로 손꼽힐 정도였죠. 물론 이러한 시각은 자칫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만주의 중공업 인프라를 설명할 때 일제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일제 패망 이후에는 이들이 남기고 간 막대한 공업 인프라는 중국이 접수하게 되었으며, 곧 중국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다만 여기에는 좀 문제가 있었는데 북한과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중공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자유 진영에 넘어가면 바로 그 다음 전장이 되는 곳이 바로 중국 경제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만주지역이었으니까요. 중공군이 핵병기와 3차 세계대전이라는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6.25 전쟁에 개입하게 된 원인을 보통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이라는 정치적인 맥락에서만 찾는 경우가 많은데, 중공군의 적극적인 참전의지의 이면에는 배후지인 만주지역을 잃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있었죠.
일시적이긴 하지만 중국 전체의 중공업 생산량의 90%를 넘을 만큼 발달한 만주지역의 중공업과 소련이나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그 정치・군사・경제적 중요성은 한층 강화되어, 마오쩌둥은 만주를 "공화국의 장자(共和国长子)"라고 지칭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동구권이 붕괴되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실시하면서, 중국 경제의 중심이 화남경제권이나 환발해경제권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으며 동북 3성의 경제 성장과 발전도 동부연안지역 및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뒤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만주 지역은 산업 시설의 노후화와 극심한 저출산, 인구 유출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죠.
정리
정리하자면, 만주는 중국에서도 가장 산업화가 빨리 이루어진 지역 중 하나이자 1970년대까지만해도 중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견인하던 중심축이었습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개발에서 소외되어 경제적으로 쇠락해 버렸고 바로 그 타이밍부터 한국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기회가 늘면서 만주에 대한 편견이 돋아나고 만 것입니다. 즉, "만주=춥고 이민족이 살던 땅" 이라는 피상적인 역사 배경지식과 중국 본토보다도 열악한 만주의 현재 경제사정이 뇌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만주는 항상 소외받고 낙후된 지역이었다고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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