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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숭배 대상일까?
부처님 얼굴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석굴암 본존불처럼 인자하고 따뜻한 인상일수도 있고, 티벳 불교에서처럼 오묘한 미소를 띈 부처님일 수도 있겠네요. 예수님 얼굴은 어떤가요? 전통적인 조각미남 서양인 예수님이 떠오를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봤던 중동인 예수님이 등장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무함마드라면 무슨 얼굴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잘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슬람교에서는 우상숭배를 방지하기 위해 예언자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죠. 엥? 우상숭배와 얼굴을 그리는게 무슨 상관이냐구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의 등장배경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원래 이슬람 등장 이전 아라비아 반도는 "자힐리야(جاهلية)시대"라고도 일컬어지는데, 여기서 "자힐리야"는 무지함・경솔함・어리석음 등을 뜻하며 이슬람 정신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아라비아 반도는 기본적으로 부족 중심의 유목 사회였고 척박한 자연 환경 탓에 약탈은 목축과 함께 주요 생계 수단이었기에, 부족 간의 약탈과 그에 대한 보복이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또 당시의 사회・종교・문화는 지극히 다신교적(polytheistic)이었습니다. 부족에 따라 숭배하는 신이 다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같은 부족내라도 가정에 따라 각자의 가족신을 섬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이들은 애니미즘적 신앙을 가져 돌, 나무, 강, 산, 땅, 동식물이 영혼을 소유한다고 믿기도 했으며, 후대에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진(Jinn)의 존재도 믿었죠. 물론 이들에게 알라신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메카 사람들은 최고신의 개념으로서 알라(Allah)를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최고신 뿐만 아니라, 최고신의 세 딸이라고 하는 "알 웃자(Al-‘Uzzā)", "알 라트(Al-Lāt)", "알 마나트(Al-Manāt)"라고 하는 세 여신과 "후발(Hubal)"이라는 남신을 섬기는 다신교 사회였으며 알라는 하나 밖에 없는 유일신이 아니었죠.
한편 지정학적으로는 주위의 기독교 세력이 득세하면서 무함마드 시기의 사람들은 기독교 사상과 용어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게 됩니다. 물론 기독교는 북부 아라비아에 깊게 뿌리 내리지는 못했지만, 당시 아라비아 반도에 퍼졌던 이러한 유대교와 기독교에 대한 분위기는 무함마드의 이력 초기에 단일신 사상의 주요 근원이 되었습니다. 와라까 븐 나우팔의 일화를 참고해보면 이는 너무나도 자명하죠. 그리하여 무함마드가 이슬람의 신 개념을 정립해나가면서 최고신인 알라가 유일신의 위치에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아라비아 반도에서 활개치고 있던 다신교 사상과 우상숭배는 초기 이슬람교 입장에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장애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슬람교가 내세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저 유명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도다" 입니다. 기존의 최고신의 자리에 있던 알라만을 유일한 신으로 인정하고, 그 외의 존재를 숭배하는 행위는 우상숭배로 여기고 배척하여 이슬람교의 유일신 사상을 대중들에게 뿌리내리게 한 것입니다. 똑같은 유일신론을 주장하되 유대교에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기독교와는 그 궤적이 상당히 다르죠. 이 때문에 우상숭배에 대한 이슬람의 경계는 칼같으면서도 예외가 없어서, "나는 알라의 말씀을 전하는 연약한 한 인간일 뿐이다"라며 선을 그으면서 무함마드 그 자신조차 자기 자신에 대한 숭배를 마지막 순간까지 거부했습니다.
따라서 이슬람교에서 무함마드는 모든 무슬림이 따라야할 신앙의 모범이자 존경과 사랑의 대상인 "이상적인 인간"이지, 신적인 존재나 믿음의 대상은 절대 아닙니다. 무함마드는 알라의 말씀을 완벽히 전달한 마지막 예언자이자 가장 위대한 선지자로 추앙받고 있지만, 그의 형상을 세우거나 얼굴을 그리는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도 이 우상숭배를 방지하기 위함이죠. 무슬림들이 무함마드의 얼굴을 묘사하는 행위에 분노하는 이유도 "니가 뭔데 감히 멋대로 우리의 위대한 선지자의 얼굴을 그려!" 가 아니라 실은 "우리 선지자 얼굴을 그려버리면 우상숭배로 발전할지도 모르니 용납못해!" 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슬람 교도들 중에서도 전자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이가 존재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탈레반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사상에 가까우며, 정상적인 이슬람 교도라면 후자로 반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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