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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이슬람의 이례적인 정복 속도의 비밀
한국 길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다보면 가끔 전도를 하시는 분을 목격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높은 확률로 기독교, 그 중에서도 개신교 신자이죠. 사실 전세계 주요 종교 중에서도 개신교는 가장 적극적으로 전도활동을 하는 편인데, 가끔 그 열성이 너무 지나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다소 극단적인 표현으로까지 비약되기도 합니다. 반면 이슬람교의 선교활동이라면 아마 거의 모든 분들에게 뚜렷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한국내 무슬림 숫자가 적으니까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슬람의 전파는 무슬림이라면 누구나 갖는 종교적 의무이기는 하지만, 알라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식의 경박하고 피상적인 전도활동은 장려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 개신교 전도사들이 하는 것처럼, 터키나 아랍 에미레트같은 국가에서 "알라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설파하다간 탈레반급 광신도로 취급받고 테러 용의자로 체포될 가능성조차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포교활동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세계 3대 종교의 일각을 차지할 만큼 커질 수가 있었을까요? 사실, 현재 이슬람 세계라고 알려진 지역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절반 가량이 메카에서 이슬람이 출발한 이래 불과 1세기 이내에 이슬람에 편입된 지역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무함마드는 고작 20여 년 만에 그 방대한 아라비아 반도를 손에 넣었고, 무함마드 사후에도 이슬람은 칼리파 통치 체제 아래 1세기 이내에 세 대륙을 석권하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례적인 팽창을 둘러싸고 서구에서는 “한 손에 칼을, 한 손에 꾸란을” 이라는 식으로 믿지 않으면 죽여버렸기 때문에 퍼질 수 있었다는 논리가 존재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는 다릅니다. 워낙 해당 표현이 유명해서 이슬람교는 폭력과 테러의 종교라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실제로 저런 식의 강요는 드물었습니다. 꾸란에도 “종교에 강요란 있을 수 없다”(2:258)고 나와있거든요.
이슬람 제국의 기본 정책은 칼이 아니라 공납이었습니다. 초기 이슬람 세력의 주축은 교역과 유목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 정예의 전사 집단이었는데, 유능한 장군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종교적 신념에 가득찬 군인들의 헌신에 힘입어 전쟁에서 승리하여 무력점령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이들은 결국 동로마 제국이나 페르시아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농경 정주사회에 비하면 수적으로 절대적인 열세에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통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죠. 대신 피정복지의 토착세력과 결탁하여 이슬람 세력의 권위를 인정받고 세금을 걷는 조건으로 자신들에 대한 포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행위를 피지배인들에게 허용했는데, 여기에는 종교와 문화의 보장마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이슬람 국가 내의 비무슬림 인구를 "딤미(Dhimmi)"라고 부르죠.
흥미로운 점은 이슬람 세력들은 이 딤미들에게 종교와 문화를 보장해주는 댓가로 무슬림보다 더 많은 세금을 요구했지만, 이 수준조차 동로마 제국과 페르시아의 수탈에 비하면 오히려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정복당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었기 때문에, 피정복지 일반 백성들 입장에서는 민중 차원에서 적극적인 저항활동을 벌이지도 않았습니다. 무슬림 지배세력 역시 이들에게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강요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으며 오히려 피정복민의 지나친 개종은 국가 조세수입을 감소시키고, 상층 권력구조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세금 감면을 노린 대량 개종을 막기 위해 개종금지백서를 발효하고 개종보다는 공납을 요구했을 정도이니, “한 손에 칼을, 한 손에 꾸란을” 이라는 종교적 담론이 얼마나 편협하고 또 왜곡된 것인지를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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