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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중국은 한반도를 정복하려 했을까?

중국은 이미 한나라 시점에서 충분히 큰 나라이자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업국가였습니다. 땅 뿐만 아니라 노동력 또한 충분하니 풍속이 전혀 다른 나라를 정복해봐야 쓸모 있는 영토를 얻을 수도 없으며, 의미 있는 노동력도 얻을 수가 없는 셈이었죠. 그렇기에 이민족에 대한 중국 왕조들의 군사원정은 대체로 경제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훨씬 더 강했으며, 때로는 중국 대륙을 위협할 잠재적 적국을 제거하기 위해 그리고 때로는 황제 개인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왔죠.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수, 당나라까지만해도 한반도를 정복하려고 발버둥을 계속 쳐오던 중국 왕조들이, 왜 그 이후에는 한반도 침략에 회의적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죠. 오늘날의 중국 지도를 펼쳐 놓고 한반도와 번갈아보면서 대체 왜 그랬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어봐도 제대로 된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나 고구려-수당 전쟁의 원인을 기껏해야 중국 전토를 통일한 수 문제, 양제의 허영심과 불타는 야욕 정도로 일축하고 마는데 조금 보는 방향을 달리하면 흥미로운 가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현대 중국이 아니라 당대의 중국이나 다름없었던 중원(中原)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말이죠. 

 

중국의 인구밀도(742년)

수, 당나라 시기 중국에서도 가장 높은 경제력과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던 곳은 다름 아닌 중원이었습니다. 중원은 황하 유역을 가르키는데, 이 지역은 고대 중국 시절부터 가장 식량 생산력이 높았던 비옥한 땅이었으며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춘추전국시대, 후한말, 오호십육국시대 등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을 정도입니다. 반면 강남지방이나 화남지방은 오늘날에야 삐까뻔쩍하지만 당시에는 개발중인 상태였고 그 외에는 파촉지방 정도가 발전을 이룩한 상태였죠. 따라서 중원이야말로 중국 그 자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짐작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중원은 결코 중국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지 않습니다. 중원을 구성하는 허난성, 산둥성, 허베이성, 산서성, 섬서성 모두 중국 본토의 북동쪽에 집중되어 있으며, 당시에는 바로 이곳에 중국 전체의 인구 중 대부분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전근대 시기에는 인구야말로 국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왕조들 입장에서 이 지역은 절대 잃어서는 안되었으며, 따라서 요서지방을 차지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고구려를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중국의 인구밀도(1050년)

그리하여 고구려-수당 전쟁과 나당전쟁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복은 실패로 끝났고 얼마간 대치상태 자체는 이어졌지만, 흥미롭게도 차츰 중국 역대 왕조들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스탠스가 바뀝니다. 강남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면서 중원 지역의 인구 집중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이로서 한반도 지역이 중국 왕조들에게 갖는 지정학적 위험성이 경감되고 나아가 중국 중심의 조공체제에 편입되면서, 그 동안 중립국 내지는 잠재적 적대국으로 비춰졌던 한반도를 만주 지역의 유목/수렵 채집민족을 견제하는 든든한 우방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중국 역대 왕조들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입장은 천차만별이었으며, 여기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상기한 인구적 요인만으로도 제대로 납득이 되지 않은 부분도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중원 지역에 대한 인구 집중 감소가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 왕조들의 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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