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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는 땅도 비옥한데 왜 발전이 늦었을까?

동남아시아 각국들을 보면 기후도 1년 내내 따뜻하고 1년 3모작도 가능할 만큼 농업생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비교적 척박하면서도 사계절 때문에 농업에 다소 불리한 동북아시아 입장에서 보면 동남아시아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땅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인 점은 그렇게 식량이 풍부하다면 당연히 옛날부터 인구도 많았을 테고, 전근대 사회에서는 인구=국력이니 분명 약소국은 아니었을 텐데, 동남아시아 각국들은 세계사에서의 존재감이 왜 이토록 옅을까요? 기후가 따뜻하다보니 사람들이 게을러서 그랬던 걸까요?

정답은 현재 동남아시아의 높은 농업생산성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18세기 이후에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착각하기 쉬운 일이지만 역사적으로 동남아는 같은 면적의 동북아에 비하면 농업 생산성이 훨씬 낮았습니다. 언뜻 보면 비옥한 토양에 1년 내내 따뜻한 기후이지만 격한 호우가 심심찮게 내리는 탓에 관개에 불리하며, 땅에 있던 영양분도 쉽게 휩쓸려 내려나가버려 결국 잡초와 벌레들만 우글거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이 동남아 지역을 식민통치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관개시설이나 비료, 제초제를 도입해오기 전까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토양은 그 포텐셜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아세안이라고 불리우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구밀도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현재 아세안은 면적상 현대 중국의 약 46.7%에 해당하고 인구는 중국의 44.9%에 해당하지만, 1820년 시점의 동남아시아 인구는 약 4천만명 정도로 이는 동시기 중국의 약 10~12%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1930년에 이르면 동남아시아 인구는 중국의 27%에 이를 만큼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영국령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나타난 중국과 인도로부터의 이민도 동남아시아 인구성장의 기여요인이기는 했지만, 사망률 감소와 더불어 높아진 농업 생산성이 결정적이었죠.

정리하자면, 오늘날처럼 동남아시아에 식량이 풍부해진 것은 비교적 현대에 들어서였습니다. 면적 자체가 넓기는 했지만 산악이나 밀림 지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농토 이용률이 낮았고, 서구식 농업기술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생산성도 높지 않아 인구밀도도 낮았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농업생산성에 비추어 보고 옛날에도 응당 그랬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동남아시아를 바라보면, 자칫 동남아 사람들은 게으른 족속들이라는 우생학적인 편견을 가지게 되기 쉽죠.

 

동남아시아 농업발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는 "Southeast Asian Agricultural Growth: 1930–2010(Anne Booth)"를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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