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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화와 영국 수화는 다르다고!?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수화"라는 단어 자체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합니다. 그러나 실제 수화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아주 드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상시에 수화를 사용할 일이 아예 없거니와,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울 기회도 없기 때문이죠. 절대 다수는 학교 수학여행 때나 동아리 활동으로 일회적으로 배워보는 것에 그치는 편이죠. 이러다보니 수화에 대해 여러 오해들이 생기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수화는 만국 공통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수화를 만국 공통어로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수화가 만국 공통어라면 전 세계 농아인들이 손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니까요. 게다가 굳이 농아인이 아닌 사람도 수화를 배우는 것만으로 세계 교류의 장에 손쉽게 초대받을 수 있으니, 영어를 세계 공용어로 삼는 것보다는 수화를 세계 공용어로 삼는 편이 훨씬 공평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핑크빛 몽상과는 달리, 실제로 수화는 나라별로 다릅니다. 전 세계 각 국들이 독자적인 음성언어를 사용하듯이 수화 또한 나라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화인 한국 수화(KSL, Korean Sign Language)를 예로 들어보면 몇몇 표현들은 매우 직관적으로 만들어져 있기는 합니다. "전화"는 전화를 받는 듯한 손모양으로, "집"은 양손으로 지붕모양을 만들어 표현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러한 표현들을 보고도 나라별로 또 공동체별로 배경이 되는 문화나 역사가 다르므로 인식이 다른 경우가 태반인데다, 직관과는 상관없이 형성된 표현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수화 사용자 앞에서 한국 수화를 한들 통용될 리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우리가 같은 영어권이라고 묶고 있는 미국 수화(American Sign Language, ASL)와 영국 수화(British Sign Language, BSL)조차 의사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봐야 방언 수준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말 미국 수화와 영국 수화는 전혀 다르며, 통역없이는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손가락 문자도 같은 영어 알파벳을 나타내는데, 미국 수화는 손으로, 영국 수화는 양손으로 나타내는 등등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수화는 알파벳을 활용한 수화가 많은 편이나, 영국에서는 알파벳과는 무관한 수화도 많이 사용되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청각 장애인 입장에서는 영국 수화를 보다 감정을 쉽게 이미지가 하기 쉬운 수화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은 언어는 다르지만 역사적・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수화와 일본 수화가, 미국 수화와 영국 소화에 비해 훨씬 더 형태가 유사한 편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American Sign Language라는 명칭에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미국(America)이지 영어(English)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British Sign Language, 즉 영국(British)이지 영어(English)가 아닙니다. 미국 수화든 영국 수화든 영어 알파벳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측면은 공유하고 있지만, 미국 수화는 기본적으로 미국 최초의 청각장애 교육자인 갤러뎃이 19세기 초기에 들여온 프랑스 수화 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수화는 프랑스 수화와 유사성을 많이 가지고 있하며, 영국 수화 사용자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죠. 사실 수화란 것은 언어와 마찬가지라서, 처음 그 수화가 형성된 이후로도 수화 사용자들의 발전하고 변화되는 과정을 끝없이 겪게되는 터라, 나라마다 다를뿐더러 공동체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그래서 크게 미국 수화라고 이야기하고 있어도, 사실 미국 내에서도 흑인 수화는 또 다릅니다. 흑인 학교에서 수화를 배웠다가 흑인 백인 통합학교로 진학한 학생이, 수화를 수많은 보통 명사부터 표현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전부 다 다시 배웠다는 사례가 있을 정도이죠. 즉,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들의 수화도 명백히 다릅니다. 흑인 수화의 경우 인종차별의 역사와 흑인 고유의 영어가 발견되어 있으며, 흑인 수화는 몸짓 동작과 수화 동작을, 미국 수화에 비해 더 크게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흑인 수화의 경우 따로 미국 흑인 수화(Black American Sign Language)라고 따로 구분해 부르고 있는 실정이지요.
결국 공동체에 따라 사물에 대해 가지는 감성, 느낌, 표현 방법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 표현이 큰 지분을 차지하는 수화는 국제 공용으로 쓰이기에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수화의 세계 공용어 위치에 있는 국제 수화(International Sign Language, ISL)조차 어휘가 한정적이며 미국 수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국제 수화는 공통 언어 위치에 있지만 농아인 관련 각종 국제대회나 국제회의 등의 공식 행사에서만 사용될 정도로 보급률이 낮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단점 때문에 국제 수어를 통한 의사소통도 제한적이라 결국 농인들이 외국 농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를 배우듯 그 나라의 수화를 따로 배워야하는 것이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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