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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The Merry Wives of Windsor에서 "The world is your oyster"라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직역하면, "세상은 너의 굴이야" 정도 되는데, 실질적인 뜻은 "이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대로" 정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왜 하필이면 굴이 이런 표현으로 쓰일까요? 한국에서는 굴이 싸고 흔한 편이라고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희박합니다만, 서양에서는 각종 파티에 빠져서는 안될 인기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굴은 서양에서는 엄청난 고급 식재료다
서양에서 굴은 매우 독특한 존재입니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생명·열정의 상징이었던 굴은, 생선회 문화가 세계에 보급될 때까지 서양에서 생식하던 몇 안되는 해산물이었습니다. 다른 해산물들을도 꾸준히 회로 먹어오던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생으로 먹는 음식에 대한 거부반응이 큰 서양에서조차, 굴만큼은 예외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으로 먹어왔습니다. 현재에도 서양에서 굴은 고급 식재료로 유명하며, 몸값도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유럽에서도 굴 양식은 합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굴 양식에 그나마 이름이 있는 편입니다. 다만 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큰 까닭에, 시장 가격 자체는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굴이 1kg당 만원대을 넘는 정도로 판매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굴 하나에 1~2유로(약 1500~3000원), 비싼 건 4~5유로(약 6000~7500원)이나 할 만큼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굴은 특성상 상하기 쉽기 때문에, 수출입이 상당히 힘든 점도 높은 가격에 한 몫을 하죠.
반면 한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갯벌환경이 존재하기에, 굴이 자연적으로 성장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수확량이 많을 뿐더러, 그 질 역시 매우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굴 양식은 이미 조선시대 초기부터 시작해왔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현재의 기술력도 세계 최고수준이다보니 생산량만 따지면 중국에 이어 전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영국에서 쓰이는 교통카드는 "Oyster Card(굴 카드)"로, 도입 당시 런던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IC카드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영국에 주요 굴 산지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17세기 경까지는 템즈 강에서 굴이 양식되고 있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만 18세기 산업 혁명기를 맞이하면서, 무역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배들이 템즈강을 왕래하기 시작했고, 강변 공장에서 폐수가 흘러들어와 수질 오염에 의해 굴이 멸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오이스터 카드가 도입된 2003년 당시, 가능한한 "교통"을 연상시키지 않는 참신한 이름 붙이려고 시도했었고, 그 중 굴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굴 조개의 견고함, 진주를 생산해내는 굴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Oyster Card"라는 현재의 명칭으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The world is your oyster"와 같이, 오이스터 카드를 한 장 사용하면, 마음대로 그리고 자유롭게 런던을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도 은유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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