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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90년대 한국에서는 신토불이 마케팅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1994년 4월 우루과이 라운드가 최종타결되면서, 한국 역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게 됩니다. 이때, 농협 측이 국산 농산물 보호를 위해 내걸었던 슬로건이 "신토불이"였으며,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신토불이 운동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34%까지 추락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신토불이라는 말은 직역하면 "몸과 흙은 둘이 아니다" 라는 말로,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좋다"라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였는데,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많은 의미에서 완전한 엉터리이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토불이라는 말이 불경에서 유래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비슷한 구절은 존재하지만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신토불이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유래
사실 신토불이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1907년 육군 약제감(薬剤監)이었던 이시즈카 사겐(石塚左玄)이 독자적인 식이요법 이론을 전개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토지에서 나는 제철 식물이 일본인의 몸에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 설에 불경에서 따온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이후 그는 식양회(食養会)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이 신토불이를 일본 전국적으로 홍보했고, 이것이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다다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신토불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고, 주로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을 자국 농산물 홍보를 위해 씁니다. 신토불이 사상은 기본적으로 전통식사는 완벽하며, 거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농작물의 섭취도 유해하다고 비난하는 입장이었지요. 반면 지산지소라는 생각은, 전통식사라도 염분과잉이나 비타민 부족 같은 결점이 있으면 이를 개선하자는 스탠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신토불이는 너무 극단적인 주장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받게된 것입니다.
신토불이는 영양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영양학적으로 신토불이는 옳은 말일까요?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말은,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균형있게 들어가 있다는 말인데, 우리 땅에서 자라났다 이유만으로 영양소가 특별히 더 균형있게 들어간다거나, 보다 많은 영양소를 함유한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식품의 영양소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땅의 비옥도, 재배기술, 종자 등이지, 어느 나라 땅에서 재배했는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영양학적으로 신토불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또 신토불이에 대한 가장 큰 모순은, 거의 대부분의 한식에 들어가는 고추에 있습니다. 지금은 한식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고추는, 사실 한반도에 자생하던 식물이 아니었습니다.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이며, 한국에 전래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이후입니다. 그 이전까지 김치마저도 소금에 절인 동치미나 짠지 같은 것밖에 없었죠. 즉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음식이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게 된 후로 길어봐야 3~4세기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이 한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 약 2만년 전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반도에서의 한국인이 고춧가루를 먹어온 기간은 길어봐야 전체 역사의 2%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신토불이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좋다" 라는 논리가 정답이라면, 외래종인 고추가 들어간 대부분의 한식은 한국인의 몸에 좋지 않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죠.
수산물의 경우, 더더욱 극단적인 모순이 나타납니다. 한국과 경제수역이 겹치는 일부 중국산 수산물의 경우, 한국산과 완전히 동일한 어종일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같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잡히는 조기의 경우, 중국산이든 국내산이든 어종이 같을 뿐더러 먹이나 서식지마저 동일하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절대로 이 둘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저 국내 어선이 잡으면 국내산, 중국어선이 잡으면 중국산으로 취급될 뿐이죠. 다만, 중국 어선들은 상대적으로 냉동시설이 열악하며, 중국산 조기가 국내로 유통되기에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어종이 같다고 하더라도 신선도에서는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러한 논리에서, 국내에서 유통・소비되는 국내산 조기는 중국산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그러나 신토불이라는 개념이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며, 영양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하더라도, 신토불이 운동으로 덕분에 대한민국의 식량 자급률은 조금이나마 회복되었습니다. 식량안보 측면에 있어, 신토불이 운동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고, 경제 측면에서도 위기에 빠진 국내 축산업・농업을 구원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신토불이는 거짓말이었지만, 의도만큼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의 일종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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