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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혈병은 운명의 장난에 의해 태어났다
괴혈병은 유사 이래 수많은 선원들과 해적들을 괴롭힌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비타민 C 결핍에 의해 발생하는 병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되죠. 현대인인 우리들은 이런 상식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기나 탄수화물 뿐만 아니라 채소나 과일류로 충분히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식생활의 밸런스를 지켜야만 건강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오직 인간만의 이야기라는 점에는 잘 깨닫지 못한다는 겁니다. 괴혈병은 모든 동물에게 발생하는 병이 아닙니다.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평생 사료만 줘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인간은 밥이나 고기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일까요?
이는 비타민 C의 결핍에 의해 발생하는 우리 몸의 증상, 즉 괴혈병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괴혈병 증상은 잇몸 출혈, 피부 여드름, 뾰루지, 관절통 등인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그런데 왜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비타민 부족으로 인해 우리 신체가 콜라겐을 충분히 생성 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콜라겐은 체내의 결합 조직의 주성분이며, 부족하면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피부가 취약해져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상태가 되며, 이를 통해 여러 감염증에 걸리기 쉬워지죠. 또 혈관을 형성하는 콜라겐이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에 대량 출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비타민 C는 우리 몸이 자연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콜라겐 성분이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비타민 C를 섭취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딱히 괴혈병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동물들은 음식물 섭취에 의존하지 않고 비타민 C를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인류의 먼 조상도 비타민 C를 체내에서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생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비타민 C를 자체적으로 생성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즉, 괴혈병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벌어진 운명의 장난에 의해 태어난 웃지못할 비극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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