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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키스를 할까?
인간에게는 체액에 대한 자연적인 거부감이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콧물, 땀, 침, 오줌을 매우 역겹게 느끼기 쉬운데 실제로 많은 세균이나 전염병들이 이러한 체액을 매개로 전염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하다고 수긍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균이 발견된 것은 현미경이 발명된 17세기 후반이고 세균설이 체질 건강설을 이겨내고 서구 의학계의 주류가 된 것이 빨라야 19세기 말이었습니다. 즉 우리는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타인의 체액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지, 세균이나 전염병 때문에 싫어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키스라는 행동은 이와 같은 DNA에 각인된 거부감을 전면적으로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키스를 하는 것일까요? 키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2가지의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이 키스를 하는 것은 그냥 본능이라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학습된 행동이라는 것이죠. 일단 본능파의 논리를 살펴보자면 피그미 침팬치와 같은 동물들이 안락함, 애정, 유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키스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본능 논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류 문화 중 약 10% 정도는 키스를 일절 하지 않거나, 아니면 최소 현대 사회에 이르기 전까지만해도 그런 문화가 일절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 존재하던 수많은 부족들이나 호주 일부 부족들, 타히티인들은 키스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 입장에서는 외부인들이 하는 키스는 매우 기묘한 행위로 비춰졌을 지도 모릅니다.
반면 학습된 행동이라는 논리는, 우리가 하는 키스는 동물의 역류행위(逆流行為)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역류 행위는 입에서 오물을 뱉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나 늑대 등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어미가 고체 식사를 먼저 먹고 어느 정도 소화시켜 부드럽게 만든 후에 아이에게 먹이던 행위를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먹이를 먼저 소화시켜서 주는 행위가 애정이나 유대감을 심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우리가 말하는 애정을 표현하는 키스로 변화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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