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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선박 발주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주량에서 중국 업체와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세계 1위로 등극하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몰락의 위기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벌어져왔던 치킨 게임의 해악과 조선업 특유의 수주시기와 실적반영의 텀 때문에 아직까지도 업계 분위기는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까지 한국 조선업계가 심각한 상황인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은 둘째치고, 일본 중공업 기업들은 대체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일까요? 일본 조선사로 따지면 분명 피해는 있었지만, 상위 개념인 중공업으로 따지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선산업에 주력하던 일본 3대 중공업이 다들 조선산업 규모를 이미 크게 축소시킨 상태거든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일본의 3대 중공업 회사는 모두 조선업이 모태 주력사업이었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미쓰비시의 설립자인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弥太郎)가 1870년 정부 소유의 나가사키 조선소(長崎造船所)를 리스하여 운영하던 것에서 시작되었고,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신은 19세기 메이지 시대 때부터 존재했던 도쿄 츠키지(築地)의 가와사키 츠키지 조선소(川崎築地造船所)였으며, IHI 역시 이시카와 섬 하리마 중공업(石川島播磨重工業, Ishikawajima-Harima Heavy Industries Co., Ltd,)이라는 이름으로 1853년 이시카와 섬 조선소로서 창업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 세 기업 모두 한국 및 중국 조선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조선 산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그 규모를 크게 축소시키게 됩니다.
일본 3대 중공업 회사는 이제 뭘 먹고 살까?
「미쓰비시 중공업(三菱重工業)」미쓰비시 중공업은 과거 수십년 동안 세계 최대의 선박 건조량을 자랑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나 현재 미쓰비시 중공업의 주력 사업은 화력 발전 분야로 사업개편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화력 발전 시스템, 압축기, 항공 엔진, 원자력, 신 재생 에너지, 선박용 기계를 취급하고 있으며 그 중 가스 터빈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액으로 따지면 약 75%를 이 화력 발전 관련 사업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 유일하게 여객기 제조가 가능한 회사이기도 할만큼 항공우주 사업이 발달해 있으며, 방위 산업 분야에서도 부침은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 1위를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가와사키 중공업(川崎重工業)」은 자사의 조선 부문을 2002년 시점에서 일찌감찌 자회사로 분사해서 내놓았고, 중공업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살려 자위대의 잠수함이나 항공기, 미사일의 생산도 실시하고 있는 일본 톱 클래스 방위산업체가 되었습니다.특히 최근에는 항공기의 기체 · 엔진 모두와 우주 기기의 개발 · 제조를 담당하는 항공 우주 산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로봇 산업에도 열을 올린 결과「화낙(ファナック)」에 이어 일본 국내 2위, 세계에서는 4위의 로봇 산업체로서 발돋움해 있습니다. 이 로봇 분야는 앞으로도 왕성한 수요가 예측되고 있으며, 현대 중공업도 자회사를 통해 로봇 산업을 영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는 아직까지는 한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죠.
「IHI」역시 일시적으로 미쓰비시 중공업마저 능가하여 세계 제일의 선박 건조량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결국 항공 우주 산업으로 방향을 튼 케이스에 속합니다. 1980년대에 항공 우주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래, 현재 IHI는 일본의 항공 엔진 업계의 선두 주자로서 군림하고 있으며, 항공 엔진 분야에 한해서만큼은 심지어 저 미쓰비시 중공업이 IHI의 하청업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익률도 높은 편이며, 세계적으로 항공 엔진 수요 증가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매출액 규모가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에 있습니다.
이렇듯 한때 세계 조선업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3대 중공업 회사들은, 이제 조선사업에 그다지 큰 미련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사업 재편을 통해 화력 발전이나 항공우주 산업 등으로 방향을 튼 상태이며, 도리어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경쟁에 직면해있는 조선산업 보다도 더 높은 이익률을 가져가고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에서 조선사업을 담당하는「한국조선해양(Korea Shipbuilding & Offshore Engineering Co.,Ltd.)」은 2019년 매출액 1,518,255천만원, 영업이익 29,016천만원, 영업이익률 1.91%에 해당합니다만, 조선사업에서 쫓겨난 미쓰비시 중공업은 2018년 매출액 4,078,344백만엔, 영업이익 186,724백만엔, 영업이익률 4.58%, 가와사키 중공업은 매출액 1,594,743백만엔, 영업이익 64,023백만엔, 영업이익률 4.01%, IHI는 매출액 1,483,442백만엔, 영업이익 82,488백만엔, 영업이익률 5.5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 조선업계는 언뜻 보기에는 치킨 게임에서 승리한 승리자이지만, 라이벌 기업들을 고사시킨 후에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챙겨간 삼성전자와는 달리, 반사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럿인데, 먼저 수년 단위의 계약으로 묶여있어서 신규 수주로 인한 이익이 반도체 산업처럼 기민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또 반도체 산업에 비하면 조선산업은 진입장벽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탓에 경쟁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낮은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도리어 경쟁에서 패배하고 사업 철수를 단행한 쪽이, 사업 재편에 성공함으로서 더 높은 이익률을 가져가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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