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말 무기를 팔아서 먹고 살까?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은 미국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요. 물가를 반영한 실질 GDP로 따지면 2019년 기준 중국이 이미 미국을 능가한 상태이기는 한데, 명목 GDP로 따지면 아직도 미국이 더 높은 상태이죠. 중국 같은 경우, 메이드 인 차이나 공업제품이 워낙 유명한지라 물건 팔아 먹고 산다는 이미지가 매우 강한데, 그에 반해 미국은 뭘 팔아서 먹고 살고 있을까요? 가장 손쉽게 떠오르는 것은 바로 무기입니다. 전투기나 미사일로 대표되는 강력한 미국제 무기는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인데다, 전세계적으로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기까지하니 역시 무기를 팔아서 먹고 살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죠. 다만 미국의 방위산업은 분명 세계 1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미국 경제를 전부 설명하기에는 심각할 만큼 그릇이 작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미국의 방위산업

2011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으로 점화된 미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며, 미국은 자신들의 무기를 팔아먹기위한 시연회로서 전쟁을 활용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이 과연 어느정도 사실일까요? 2019년 기준,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총 매출액은 $170.09 billion이었으며, 2018년~2020년까지의 무기수출액(Foreign Military Sales)의 연평균은 $54 billion였습니다. 미국의 2019년 전체 수출액이 $2,514.75 billion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전체 수출액 대비 무기수출액은 약 2.15%에 불과한 것이죠. 이는 사실 2019년 한국의 모바일폰 수출 비중인 2.18%와 비슷한 수준이긴 한데, 삼성이나 LG의 스마트폰 중 태반 이상이 해외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기를 팔아서 먹고 산다는 대중적인 인식과는 달리 미국의 방위산업은 그렇게까지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고작 2.15%의 무기 수출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전쟁을 벌인다는 논리에는 허점이 많다고 볼 수 있죠.  <무기산업은 정말 거대한 산업일까?> 참고

 

 

 미국의 농림수산업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광대한 면적과 비옥한 토지에 힘입어 북미대륙에는 미국형 자본주의적 대규모 경영이 발달해 있습니다. 또 미국의 농업인력은 감소추세에 있었던 반면 농지 소유의 집중화와 기계화가 크게 진전된 덕분에 미국의 농업생산성은 세계 최정상 수준이며 생산규모 또한 세계적입니다. 주요 농산물 중 밀·옥수수·콩·귀리·담배·목화·포도·귤·파인애플·사과는 생산량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우유·버터·육류·치즈·달걀 등 낙농업 규모도 세계 1위입니다. 대부분의 환금작물들의 생산량은 국내 수요를 아득히 뛰어넘기에 미국은 주요 식량수출국이기도 하죠.

미국의 농립어업의 위상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GDP 비중도 높을듯 싶지만, 미국은 다른 산업분야가 훨씬 더 대단해서 농림어업의 GDP 비중은 0.85%로, 오히려 1.75%인 한국보다도 낮습니다. 또 농업 종사자수도 2014년 기준 한국은 258만명인데 반해 미국은 230만명으로, 신기하게도 한국보다도 종사자수는 더 적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종사자 1인당 경지면적에서 미국(68.32ha)은 한국(0.66ha)의 100배를 넘으며, 자본집약적인 기업농이 발달한 덕분에 미국은 농업종사자 1인당 GDP는 2014년 기준 98,266달러로 국민1인당 평균 GDP를 가볍게 능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업인구수는 미국에 필적한다!?> 참고

 

 

 미국의 광공업

미국 전체의 GDP 중 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4%이며, 서비스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규모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미국의 광공업 생산액은 한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을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최첨단을 달리고 있으며 석유업, 철강업, 화학업, 항공우주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업에서도 일본이나 독일에 이은 세계 탑 수준입니다. 광업 분야 역시 고도로 기계화되어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광업 생산액을 자랑하지만, 국내 자원보존이라는 견지에서 수입이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은근히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컴퓨터 산업에서 압도적인 패권을 구축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한국 국내 시장에서는 워낙 삼성과 LG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보니 컴퓨터도 삼성이나 LG가 세계적으로 잘 나간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은 정반대입니다. 세계 3대 PC 판매 기업 중 HP와 DELL은 미국회사이며 맥북으로 유명한 애플도 있습니다. 게다가 기업용 컴퓨터는 IBM이 세계시장을 꽉 잡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로는 마이크로스프트, 구글, 유투브 등... 입이 아플 정도죠. 사실 삼성과 LG는 컴퓨터 제조업체로서는 세계 순위권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른바 "쩌리"에 가깝습니다. <삼성과 LG가 세계 PC 시장에선 쩌리신세라고!?> 참고

 미국의 서비스업

미국 경제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도 규모가 거대한 산업은 서비스 산업입니다. 현재 미국의 전체 노동인력의 약 1/3이 여기에 종사하며, 국내총생산 공헌도에 있어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의료·보건업, 전문업, 사회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최근에는 의료 부문의 약진이 크게 두드러져 있는 상태입니다. 의료 부문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약 280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했으며, 이는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국 전체 산업 평균에 비하면 약 7배 가까이 더 많은 수준이었죠. 미국 노동 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의료 부문의 일자리는 2026년까지 연간 18%의 비율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분야와는 차원이 다를 만큼 빠른 속도입니다. 이러한 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미국 사회의 고령화와 만성 질환으로 인한 의료인 수요 확대, 의료 기술의 발전 및 개선, 연방 의료 보험 개혁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정말 무기를 팔아서 먹고 살까?

일반적으로 무기팔이로 먹고 산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미국 경제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습니다. MIT, NASA, 실리콘 밸리로 대명되는 첨단과학기술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며, 완제품 컴퓨터, 컴퓨터 부품, 소프트웨어, IT서비스를 막론하고 컴퓨터 분야에서는 필적할 자가 없는 세계 1위입니다. 당연히 AI기술이나 두뇌칩, 자동운전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최고죠. 국제분업화로 인해 단순 공업제품은 중국 등 제3국에 세를 내주었지만 자동차, 항공기, 석유화학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미대륙의 엄청난 부존자원의 수혜를 그대로 입으면서도, 농업 쪽도 게을리하지 않아 세계 최정상급 생산성을 무기로 식량자급률도 100%를 훌쩍 넘어서 있는 상황입니다. 

매년 전세계 무기 수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만큼, 방위 산업도 분명 미국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전세계 무기 시장의 규모 자체가 상대적으로 협소한 만큼, 미국 방위 산업의 영향력도 상당부분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무기팔이로 먹고산다고 인식하는 것은 엄청난 허풍에 가깝죠.

• 중국은 미국을 GDP로 추월할 수가 있을까? 
• 중국산 농산품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까? 
• 왜 중국은 세계 식량 시장을 장악하지 못할까? 
• 세계 2위 농업수출국의 충격적인 정체
• 특허출원을 꺼리는 이상한 기업이 있다?! 
• 세계화의 전도사, 미국 경제는 의외로 고립적!? 
• 우리나라 농업인구수는 미국에 필적한다!? 
• 무기산업은 정말 거대한 산업일까? 
• 삼성과 LG가 세계 PC 시장에선 쩌리신세라고!?
• 플라스틱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 
• R&D 투자한다고, 과학기술 포인트가 1점 추가될까? 
• 청나라는 정말 대외무역을 등한시했을까?
• 만주는 항상 소외받고 낙후된 지역이었을까? 
• 인디언들은 왜 비옥한 북미대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
• 한국은 정말 중국에게 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을까?
• 알루미늄은 한때 금보다 비쌌다!?
• 한국 반도체・조선은 세계 최고인데, 왜 GDP는 12위? 
• 우주 비행사의 급여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 종이 재활용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 이쑤시개 끝부분 홈, 왜 존재할까? 
• 비싼 물건은 항상 비싼 값을 할까? 
• QR코드 개발에는 의외로 "이것"이 관여했다!? 
•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자판기가 존재한다고!?
• 왜 옷 사이즈가 달라도 가격은 그대로일까?
• 양말의 각도는 왜 직각이 아닐까? 
• 1L 우유팩은 사실 1L가 아니다? 
• 일벌은 정말 근면할까? 하루 노동시간은? 
• 던킨 도너츠와 미스터 도넛의 관계는? 
• 동전에 제조연도가 새겨져 있는 이유 
• 드라마 속 회장님들은 왜 다들 국산차를 선호할까? 
• 자판기 품절 표시는 거짓말이다 
• 통조림 캔은 왜 원기둥 모양이나 직육면체 모양일까? 
• 미국의 여객 철도 사업은 무능한 마인드 탓에 쇠퇴했다? 
• 생산 자동화(Production Automation)의 장점과 단점 
• 전세계 주요국 수출액 규모 비교 
•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수는 저평가되어 있다 
• 일본이 노벨상을 받는 이유 
•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 
• 노벨상은 그 나라의 국력을 반영한다? 
• 한국은 왜 자영업자가 많을까? 
• 올림픽의 저주 
• 어떻게 일본은 기술 강국이 되었나? 
•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회사는? 
• 농업은 정말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할까? 
• 일물 일가의 원칙(The Law of One Price)과 그 한계 
• 블랙 기업의 유래 
• 분수 이론과 그 문제점 
• 낙수이론과 그 한계 

중국은 미국을 GDP로 추월할 수가 있을까?

무기산업은 정말 거대한 산업일까?

세계화의 전도사, 미국 경제는 의외로 고립적!?

우리나라 농업인구수는 미국에 필적한다!?

미국의 여객 철도 사업은 무능한 마인드 탓에 쇠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