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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을 애용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까?
일부 사람들은 "한국 제품이면 무조건 쓴다,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국 제품을 사용한다." 라며 국산품 사용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근거는 충분히 있습니다. 외국상품에 대해 각종 무역장벽을 치고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이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취약산업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요. 즉, 출발 자체가 늦었던 국내 기업의 상품들이 충분한 국제 경쟁력을 지니게될 때까지 국민들이 상품을 사서 도와주면, 국내기업도 커질 수 있으며 따라서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국산품 애용=애국" 이라는 도식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에 일어난 물산장려운동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공산품 시장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 영국 제품과 일본 제품들로 잠식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조선총독부가 회사설립에 제한을 두었던 회사령을 1910년에 철폐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시기를 기점으로 일본 기업들의 조선 진출이 늘어나자 조선의 일본에 대한 경제적 예속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제의 경제적 수탈정책에 맞서서 조선인 기업가들은 이에 반발하여 국산품을 애용하자고 나선 것이었죠. 당시 조선 민중들은 일제에 대한 반발심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경제학에서 공급량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수요량이 늘어날 경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진리입니다. 이 진리대로, 조선 민중들이 국산품만 사용하다보니 국산품 가격이 크게 폭등했고 결국 민생이 나아지기는 커녕 국내 상인과 자본가들만 막대한 폭리를 거두게 되었죠. 이런 측면 때문에 물산 장려 운동은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들에 의해 자본가 계급을 위한 것이라며 비판당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발전 초기단계 이야기입니다. 이미 시장의 거의 모든 분야가 개방되어 있는 오늘날에조차 이런 국산품 애용운동이 계속되면, 결국 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이 강화되고 무역장벽이 높아질 뿐입니다. 수입 및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이는 매우 치명적인 무역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또 품질이나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비합리적으로 국산품 애용만을 고집할 경우 이는 결국 국내 기업 제품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흉이 됩니다. 품질이나 가격은 별로지만 그래도 한국 기업이니까 사주게 되면, 그 기업은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은 품진개선이나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기 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애국 마케팅에 의존하게 됩니다. 결국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것처럼, 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도리어 악화되고 말죠.
반면 소비자들이 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지 않고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서 가장 좋은 제품을 사게 되면, 국내 기업들도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제품경쟁력 향상에 몰두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은 왜 소비자들이 외국산 제품을 사고 있는지, 또 국산이 외국산에 비해 어떤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지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 후, 피드백과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산보다 나은 국산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리하여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외국기업을 웃돌게 되면 구태여 외국 물건을 수입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굳이 애국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그저 합리적인 판단으로 국산품을 쓰게 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제품경쟁력에 기반하여 이제는 세계 시장 진출의 여지도 생깁니다. 아주 흥미로운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전자제품 산업이나 중공업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계기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산업을 새로이 일으킨 그 시절부터 세계시장을 상대로 제품경쟁력 향상을 위해 절치부심한 결과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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