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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중국은 세계 식량 시장을 장악하지 못할까?

식량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집이나 옷이 없어도 사람은 살수 있지만 먹을 것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맙니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들은 자국내 식량수급에 항상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대다수의 관세장벽이 철폐되고 무역자유화가 진전된 오늘날에조차 식량 부문만큼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식량안보를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식량이 인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티베트·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이나 홍콩 시위 진압, 동북공정, 지적재산권 무시 및 기술도용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 공산당이, 이 식량부문만큼은 섣불리 손을 대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광활한 영토와 자원, 막대한 인구수와 저렴한 임금을 앞세워 세계 식량 교역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들법도 한데 왜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는 것일까요? 밥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리니까,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딱히 그런 건 아닐겁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은 경지면적에 비해 먹일 입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중요하니까 다시 한번 언급하죠. "중국은 경지면적에 비해 먹일 입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중국 인구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매우 단편적으로 파악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기묘한 모순이 생기게 되고 맙니다. 인구수 때문에 농업 수출을 못할 지경이라면 중국내에서 소모할 식량을 조달하는 것만으로도 빡셀텐데, 대체 어떻게 우리나라 마트나 시장에서 중국산 농산물을 볼 수가 있는거지? 라는 모순이죠. 

세계 토지이용 일람 (위키백과)

위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할 부분은 바로 경지면적입니다. 중국의 경지면적은 세계 4위로 1.2억ha이지만 인구가 워낙 많아서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은 0.1ha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0.03ha보다야 넓지만, 세계 평균 1인당 경지면적인 0.24ha와 비교하면 협소한 편이죠. 또 경지면적 1ha당 부양해야할 인구를 따지면 선진국은 평균 1.8명, 개도국은 평균 4.0명인 것과 비교하여 중국은 평균 1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에 더해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도시 주변의 많은 경지가 비농업용으로 전환되고 있어 경지부족 문제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은 세계 3위의 농업 수출국임과 동시에 1331억달러어치의 농산품을 수입하는 세계 1위의 농업 수입국이 되는 겁니다. 

현재의 중국의 주요 수입 농산품은 대두, 식물성 식용유, 설탕, 면화 등입니다. 그런데 이 품목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경작하는 토지 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생산 효율이 증가하는, 이른바 토지사용적 농산품이라는 점이죠. 즉, 중국은 인구대비 경지면적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좁기 때문에 대두나 면화 같은 토지사용적 농산품을 생산하기에는 효율성이 낮습니다. 반면 중국의 농업 임금은 아직까지는 다소 낮은 편이기에 동일한 경지 면적에서도 비교적 많은 일손을 필요로하는 노동집약적 농산품 생산에는 효율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과일이나 채소, 축산물 같은 노동집약적 농산품을 우리나라에까지 수출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죠.

전체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세계 농산물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된 이래, 중국의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폭은 해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WTO 가입 직전인 2000년까지만해도 중국의 농산물 교역액은 수출액 157.0억달러, 수입액 112.7억달러로 흑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1년 이후부터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빠르게 증가했지만, 수입액 증가율이 수출액 증가율을 아득히 능가했기 때문에 그 결과 2004년부터는 중국의 농산물 무역은 적자로 전환되었고 그 추세가 2019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리

정리하자면, 중국이 세계 식량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확연합니다. 경지면적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 중국 대륙이 넓다 넓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반도에 비해 넓은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넓은 나라는 아닙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중국은 세계 4위이며 경지면적으로 따진다면 인도(189.1만㎢), 미국(168.1만㎢), 러시아(126.5만㎢)에 이은 세계 4위(123.8만㎢)이죠. 그런 반면 인구수는 세계 1위이기 때문에 1인당 경지면적으로 따지면 0.1ha로, 세계 최대의 농산품 수출국인 미국의 1인당 경지면적인 0.66ha는 커녕 세계 평균인 0.24ha에도 미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협소한 경지면적 뿐만 아니라 용수문제, 도시화, 사막화 등 중국 농업에는 여러 악조건이 많기 때문에 중국 중앙 정부는 농산물 수출 촉진보다는 국내 식량 수급 안정화를 훨씬 더 우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국내 식량수급도 원천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여있는 마당에 수출을 진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산업 부문에는 거의 퍼주다시피하는 수출보조금도 농산품 분야만큼은 WTO 가입을 기점으로 완전히 철폐된 상태입니다. 즉, 중국은 세계 식량 시장을 장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장악할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다만 성(省) 단위의 지방 정부는 관할구역 내의 식량수급 문제만 걱정하면 되기에 전술한 중앙 정부의 행보와는 달리, 농산물 수출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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