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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의 전도사, 미국 경제는 의외로 고립적!?

코카콜라, 맥도날드, 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발 자본주의・세계화의 신앙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63.51%를 기록했으며, 이미 우리나라 경제는 국제 사회와의 연대없이는 자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전 지구상에 흩뿌린 만악의 근원(?),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상당히 고립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미국의 무역의존도는 19.34%로, 중국(33.49%)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미국이라는 국내 시장 규모가 너무 커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미국 시장이 폐쇄적이라거나 미국 기업들이 세계진출을 꺼리기 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국토가 워낙 넓고 자원이 풍부하며 이를 소비할 인구도 많기 때문에 무역에 의존하기보다는 국내생산 국내소비만으로도 충분히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죠.

 

또 일반적인 인식에 비하면 세계 무역에서의 미국의 존재감 역시 생각보다 작은 편입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국제 사회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 명목 GDP 1위라는 사실 때문에 간과되기 쉽지만 WTO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수출액 중 미국의 비중은 고작 8.14%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한국(2.91%)이나 일본(3.65%)보다는 높지만 그래도 명백히 중국(14.74%)보다 낮으며 독일(7.85%)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지경이죠. 

 

그런데 전세계 GDP 비중으로 따지면 미국은 24.16%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17.73%), 일본(5.73%), 독일(4.60%), 한국(1.92%)에 비해 명백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 말인 즉슨 GDP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 1위라는 미국의 GDP의 대부분이 국제 무역이 아니라 내수시장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미국 경제가 고립적이라는 말입니다. 이 고립적인 면모가 얼마나 강하냐면, 전세계 선진국과 강대국 중에서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미국일 정도입니다.

글로벌 식량안보지수 비교도

사실 자급자족 측면에서도 미국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환경을 타고난 나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장기적으로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자원인데, 자동차, 의약품, 에너지 제품, 식량 등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재화들은 이러한 자원이 투입되어야만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미국은 금속을 비롯한 광물 자원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거의 모든 자원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산업에서 활용되는 수많은 광물들 중에서 미국에서 산출되지 않는 것은 다이아몬드·망간·크롬·주석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또 거의 모든 국가들이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 자원조차도 미국은 국내에서 전량 조달이 가능하며, 원유의 12%는 수입하지만 이마저도 매장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제정치전략의 일환+국내 자원보존이라는 명목으로 수입을 하고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인구 통계학적으로도 미국은 자급자족에 적합합니다. 아무리 자원이 많고 또 기술적으로 발전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소비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를 운용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 3위인 약 3억3000만에 달하는 막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산업이 고도로 기계화・자동화 과정을 거친 까닭에 노동생산성도 매우 높아, 인적자원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세계 평균을 가볍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충분히 넓은 경지 면적과 농업기반도 가지고 있죠. 또 기후 변화에 대한 취약성이나 농업에서의 물의 중요도를 감안하면 수자원도 자급자족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미국은 러시아나 캐나다 급은 못되지만 그래도 인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담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잘 알려지게 되었듯 휴지나 마스크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경공업제품은 중국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다만 염두에 두어야할 부분은 미국에 원래부터 경공업생산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세계화와 국제분업화의 추세에 발맞춰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적극적으로 실행되어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입니다. 즉, 경공업이 비교적 기술장벽이 낮은 산업이니만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단기간에 육성할 수 있으므로 경공업제품의 수입의존은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단점은 되지 못합니다. 반면 진입장벽이 높고 육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공업 분야는 그야말로 넘사벽입니다. 현재 미국은 석유업, 철강업, 화학업, 항공우주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업에서도 일본이나 독일에 이은 세계 탑 수준입니다. 또 미국의 광공업 생산액은 한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을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도 빼놓아서는 안되겠죠.

 

2000년~2020년의 미중 무역액(수출액+수입액) 비교

2020년 기준 전세계 무역액 중 미국의 비중은 고작 10.85%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한국(2.77%)이나 일본(3.50%)보다는 높지만 그래도 명백히 중국(13.13%)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수입 측면에 놓고 보면 여전히 미국이 1위(13.52%)를 달리고 있기는 하나 그 뒤를 중국(11.54%)이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죠. 반면 수출 측면에서는 미국(8.14%)은 중국(14.74%)에 비해 명백하게 낮으며, 한국(2.91%)이나 일본(3.65%)보다는 높지만 독일(7.85%)가 아주 큰 차이는 없을 정도입니다.

이는 2000년 시점의 데이터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2000년 기준 미국의 수출액은 $781,918M을 기록하며 비중으로는 세계 전체의 수출액의 12.12%를 차지하였지만, 이는 명백히 중국(8.55%)이나 일본(7.43%), 독일(3.86%)을 앞선 수치였기 때문입니다. 수입 측면에서도 2000년 시점의 미국은 전체의 18.94%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단독 1위를 달렸고, 이는 중국(3.39%)이나 독일(7.48%), 일본(5.71%)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었죠. 즉, 전 세계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수입 측면이든 수출 측면이든 간에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위에서 살펴보았듯 경제구조로도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전도사인 미국은 의외로 상당히 고립된 형태의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막말로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가 완전히 멸망한다고해도 미국 본토에 타격이 없다면, 어느 정도 위기는 닥칠지언정 미국이 매우 심각하게 쇠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어째서 미국 경제에 대한 이미지와 현실이 이렇게 괴리되었는가 하면,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 미국 경제라는 환상을 지속적으로 접해왔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자국내의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과 공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축이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독일이나 일본, 한국, 중국 등이 성장하면서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미중의 무역액 규모 역시 이미 2003년 시점에서 역전되었지만, 할리우드 영화, 미국 드라마, 팝송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여전히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은연중에 세계 무역에 있어서의 미국의 존재감을 계속해서 과대평가해온 것입니다.

 

※참고 자료

WtoData_20210529103930.xl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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