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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와 미쓰비시, 한번 우위에 섰다고 그 우위가 영원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들으면 십중팔구는 삼성과 현대가 언급됩니다. 그렇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들으면 십중팔구는 토요타나 소니를 떠올릴 것이고, 간간히 미쓰비시도 떠오를 겁니다. 사실 미쓰비시는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만해도 일본 최대의 기업이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과거만큼 엄청난 위용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특히나 제조업의 꽃이라고도 불리우는 자동차 업계에서의 미쓰비시의 약세(弱勢)가 두드러져 있는데, 브랜드 이미지・매출규모・기술력 등에서 한참은 후발 주자인 현대자동차에게 뒤져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자동차는 창업초기까지만해도 미쓰비시 자동차로부터 엔진 기술 및 메커니즘 관련 기술을 제휴받는 입장이었습니다.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처음에는 미국의「Ford」와 기술 제휴를 체결하고 자동차의 국내생산을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부품을 수입해 와서 국내에서 차량을 단순조립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포드 측은 차량 생산의 국산화를 원하는 현대자동차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발했고, 현대자동차는 포드와 결별하는 대신 미쓰비시 자동차와 손을 잡게 됩니다. 이 당시까지만해도 미쓰비시 자동차는 결코 무시못할 존재였습니다. 토요타 자동차(トヨタ自動車)히노 자동차(日野自動車)에 비하면 출발 자체는 늦었지만, 미쓰비시 그룹이라는 어마어마한 뒷배경에 힘입어 일본 최초의 양산 자동차를 제작했다는 타이틀마저 거머쥐고 있었죠. 

또 당시까지만해도 현대자동차와 같은 계열이었던 현대중공업도 미쓰비시 중공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관계였기 때문에, 그 사실도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 자동차의 협력관계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죠. 그리하여 미쓰비시를 통해 엔진, 파워트레인 등의 핵심 부품의 설계도를 사와 제조하는 방식으로, 1975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자동차 모델인 "포니"가 출시됩니다. 사실 이때 미쓰비시 중공업이나 미쓰비시 자동차가 한국을 어여삐여겨서 기술이전을 해줬다기 보다는 이득을 추구하기 위한 측면이 더 컸습니다. 해방이후, 일본기업의 한국진출은 실질적으로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핵심 기술이나 부품을 공급하는 방향의 간접진출 밖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빨대를 꽂는다는 이 전략을 통해, 그 후로도 한동안 현대자동차는 대부분의 모델의 엔진을 미쓰비시 자동차에 의존하는 등 기술종속적인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1991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엔진의 독자개발에 성공했고, 2002년부터는 자사의 주력모델에도 독자개발엔진을 장착하기 시작합니다. 또 계열사를 통해 자동차 강판에서 엔진, 변속기 같은 주요부품에 이르기까지 자체조달하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하면서, 미쓰비시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되었죠. 그리고 한국 내수시장과 북미시장, 유럽시장에 연이어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매출규모를 키워오게 됩니다.

혼다와 미쓰비시의 일본 국내자동차시장 점유율 비교(좌:혼다, 우:미쓰비시)

한편 미쓰비시 자동차는 1994~1995년까지만해도 일본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대를 기록하면서, 혼다를 추월하고 업계 2위로까지 부상했습니다. 이때 미쓰비시가 혼다를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RV붐에 있었는데, 90년대 중반에 이르자 혼다 측에서 혼다 오디세이, CR-V, 왜건 S-MX 등 독창적인 신차를 발매하면서 점유율을 빼앗기게 됩니다. 그 이후로도 혼다는 때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차에 주력하기도 하면서도, 새로운 컨셉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업계 2위 자리를 굳혀나갔지만, 미쓰비시 자동차의 신차는 독창성이 별로 없고 진부하다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고장이 적고 견실한 차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세일즈 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이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견실한 이미지마저도 리콜 은폐 사건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2000년대 초에 자사에서 생산된 120만대의 차량에 중대한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적으로 은폐했고, 결국 모든 것이 들통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판매량이 급감하였습니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유일한 장점이 고장이 적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그 유일한 장점마저 말아먹은 이 사건으로 인해 미쓰비시 자동차는 아직까지도 경영부진을 겪고 있을 지경입니다. 결국 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자신들이 과거, 기술을 전수해 준 현대 자동차에게조차 규모면에서 뒤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그 격차가 더더욱 벌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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