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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에 하버드대학의 테드 레빗(Theodore Levitt) 교수가 발표한 논문인 "Marketing myopia"에 따르면, 1960년 당시 미국 철도산업의 쇠퇴에 대해 미국의 철도산업은 자신들의 산업을 운송산업이라 보지 않고 단순히 ‘철도'라고만 보았으며, 소비자를 외면하고 제품 지향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와 비행기 등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주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객 철도 사업은 무능한 마인드 탓에 쇠퇴했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 철도 회사가 항공기와 자동차에 고객을 빼앗기고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미국 철도회사들은, 그 당시 늘어만가는 비행기와 자동차를 의식해 나름대로 여러 방책을 써왔습니다. 철도는 항공기에 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해 열차의 고속화에 가장 열을 올렸던 이들이 바로 미국 철도회사들이었습니다. 1930년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 1위 ~ 10위까지 전부 미국 열차일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1957년까지 운행되었던 SP 4449 Daylight의 경우, 1934년 Pioneer Zephyr는 디젤 엔진과 스테인레스를 채용해, 당시의 최신 용접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작된 기차로, 객실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 수준은 현대의 최신식 기차에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여객철도가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리게 된 이유는, 애초에 시장 환경상,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객 철도 사업은 애초에 이길 수가 없었다
뉴욕에서 LA까지 직선 거리로 따지면 4,000km입니다. 현재 KTX의 영업 최고 속도인 시속 305km를 고려해보면, 단 한번도 정차하지 않고, 그것도 직선 거리를 계속 운행한다는 가정 하에 단순계산으로 13시간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비행기라면 대략 5시간 정도 걸립니다. 예전 열차들은 당연히 KTX보다도 훨씬 느렸기 때문에, 이러한 초장거리 이동시의 시간을 따진다면 철도를 선택할 메리트가 없다고 볼 수 있죠. 게다가 미국은 산유국이라, 휘발유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싼 편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동차 운용비의 부담이 적기에, 근거리를 이동할 경우, 자동차의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국내 항공 인프라가 넘사벽급으로 발전하면서, 여객철도는 상당히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명맥을 잃게 됩니다. 애초에, 미국은 원래 비행기가 시작된 나라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와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인프라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중소 규모의 도시라면 공항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미국 국적 항공사의 숫자도 세계 제일 많으며, 지역 밀착형 항공사와 LCC가 매우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항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열악한 경쟁조건을 감안했을 때, 미국 철도 사업이 무능한 마인드 때문에 쇠퇴했다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자동차와 비행기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평가하는 편이 올바릅니다. 이들은 과거의 승객 운송 위주의 철도사업에서 화물 운송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시켰습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화물 철도는 수송량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로 물동량에서는 2위인 중국의 2배 정도에 해당합니다.
결론
미국화물 철도 업체인 Union Pacific Railroad 같은 회사의 노선은 영업 거리 52,185km에서 자사 소유 선로 구간에서 해도 43,370km에 이릅니다. 이런 구간에서 달리고 있는 열차는, 10량 또는 20량 수준이 아니라, 마일 트레인이라고 100량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리하자면, 미국 철도 회사의 무능한 마인드 때문에 퇴색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항공 운송 및 자동차와의 경합을 피하면서 사업 모델을 화물 운송 중심으로 전환시킨 살아남았다는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레빗 교수가 "Marketing myopia" 를 낸 1960년 당시에는 너무나도 철도 여객 운송이 쇠퇴하고 있었기 때문에, 철도 사업자들의 마인드가 철도 산업 자체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의 미래에서 보면, 당시 철도 회사의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철도업계가 소비자지향적인 마인드를 가지건 말건, 미대륙의 여객운송 시장에서 비행기와 자동차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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