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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건망증, 우리는 왜 아기 때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할까?
당신은 아기 때 벌어진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아마 기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3세 이전의 기억을 떠올릴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는 유아 건망증(Childhood amnesia)이라고 하며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뇌의 발달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8~9세에 이르면 완전히 사라집니다. 일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기억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시간 경과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5~6살의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한두 살때의 기억은 대부분 떠올리지 못하니까요.
이 유아 건망증은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해명된 현상이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는 모든 기억을 전부 다 잃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적어도 언어 기억이나 운동 기억은 남아있죠.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하는 에피소드 기억입니다. 이 에피소드 기억은 잃어버린 채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뇌의 발달 방법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뇌의 발달과정을 관찰한 결과, 뇌의 특정 부분은 출생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뇌의 특정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해마입니다. 바로 이 해마가 에피소드 기억을 형성하고 또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이 되어도 해마 신경 세포를 만들어냅니다만, 어렸을 때는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점은, 실험을 통해 쥐의 뇌를 보다 많은 뉴런을 생성하도록 자극해본 결과, 유아 건망증을 일으키는 것처럼 쥐도 건망증 상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쥐의 뇌 세포 성장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결과, 오히려 기억력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뇌세포가 많이 생성될수록 기억력이 악화된다는 것이죠.
그럼 대체 왜 새로운 뇌 세포가 생성되면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일까요? 실은, 장기적으로 보면 나빠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에피소드 기억을 계속해서 저장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새롭게 생성된 뇌 세포를 해마에 보존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뉴런과 오래된 뉴런이 뒤죽박죽으로 섞이게 되며, 이러면 뇌는 오래된 기억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리하여 이 오래된 기억은 완전히 제거되며, 이 탓에 우리는 아기 때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어린 시절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뉴런이야말로 유아 건망증의 원인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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