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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8년 동안 북서 태평양에서는 연평균 25.9개의 태풍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 중 한반도에는 주로 한여름~초가을인 7월, 8월, 9월에 집중되어 있는 편으로, 연평균 3.2개의 태풍이 한국에 영향을 주고, 연평균 약 1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게 됩니다.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는 태풍들은 대부분 일본 쪽으로 빠지게 되기에, 일본의 연평균 태풍 상륙수는 약 3개로 우리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태풍을 이름으로 부르는 대신 번호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태풍을 "번호"로 부른다
처음부터 태풍을 번호로 불러왔던 것은 아닙니다. 1947년부터 1952년까지는 일본에서도 태풍을 고유명사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령 괌에 위치한 미 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태풍에 영어식 이름를 붙였는데, 미군정의 영향으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일본 국내에서 통용했던 것이죠. 이때는 여성의 이름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에는 여자처럼 순해지라는 의미에서 지은 것이라는 설도 있고, 기상 예보 담당관들의 아내 이름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미군정 시기가 지나자, 일본 기상청 측은 태풍을 고유 명사로 부르는 것보다는 번호로 부르는 것이, 태풍 발생 순서를 알아보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사나 연구 목적으로 정리하기에도 번호가 더 편리하다고 생각했죠. 또 일본 국민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외국 고유명사보다는 번호로 전달하는 편이 혼란을 적게 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 1953년부터 일본에서는 태풍을 번호로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만, 일본 역시 태풍 작명에 관여하는 태풍위원회 14개국 중 하나입니다. 이 태풍위원회에서는 각 회원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 이름을 토대로 목록을 만들고, 이를 돌려가며 태풍에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렇게 붙여진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 기상청은 그 목록을 참고하여, 태풍이 발생한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고 있습니다. 다만, 평소에는 번호로 부르더라도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 태풍만큼은 고유명사로 부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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