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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개? 위안스카이? 대체 중국 인명 표기 기준은 뭘까?

EXㅣDB 2021. 5. 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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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개? 위안스카이? 대체 중국 인명 표기 기준은 뭘까?

중국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다보면 어느새 역사나 문화 분야에도 발길이 미치게 되고 결국 근대에까지 이르게 되면 아주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원래 등장하던 인물들이 아니라 갑작스레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친근한 척 등장하고,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는 당혹스러운 경험을요. 예를 들면, 1918년 광인일기를 발표한 노신(魯迅)과 1921년에 발표된 아큐정전의 저자 루쉰이 동일인물이라거나, 명백히 원세개(袁世凱)라는 이름의 한족임에도 불구하고 이름 때문에 가끔씩 서양인으로도 오해받는 위안스카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손씨 가문의 일원일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쑨원(孫文)에 이르기까지 이 혼란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바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이는 국립국어원에서 지정한 중국어 한글 표기법에 따라, 중국 인명 표기법이 둘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2절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

제1항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2항 중국의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3항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4항 중국 및 일본의 지명 가운데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관용이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한다. 상하이/ 상해, 타이완/ 대만, 황허/ 황하, 도쿄/ 동경

 

위의 제1항에서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1911년에 발생한 신해혁명(辛亥革命)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 국내에서도 신해혁명을 중국 현대사의 시발점으로 간주하는 것이 중론이니, 현 시점에서 이 기준은 나름대로 합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1911년 이후에 태어나거나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현대인으로 분류하여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인명 표기를 하며, 1911년 이전에 죽은 사람들은 과거인으로 분류하여 우리 한자음대로 인명 표기를 하는 것이죠. 이때 문제가 생기는 것은 1911년을 전후로 활동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상기 기준에 발맞춰 모두가 2개의 이름을 지니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루쉰, 위안스카이, 쑨원 모두 이에 해당하죠. 이런 까닭에 중국 근현대사에는 수없이 많은 이명동인(異名同人)이 등장하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혼란에 빠지고 말죠.

다만 신해혁명 이전 인물들을 모두 과거인으로 묶어서 한국식 한자음대로 표기하는 것도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국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공자왈 맹자왈하던 텍스트들을 수정하지 않아도 되니 편한 일이지만, 이는 중국인들과 교류할 때는 불리하게 작용하니까요. 예를 들어 중국 역사에 대해 중국인과 논할 때 공자, 맹자 이야기를 꺼내도 도저히 통용되지 않는데, 이는 전세계에서 孔子와 孟子에 대해 "공자", "맹자"로 부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도리여 영문 명칭인 Confucius, Mencius라고 지칭하는 편이 훨씬 더 알아들어줄 가능성이 높죠. 공자, 맹자의 중국어 발음은 엄연히 꿍쯔, 멍쯔에 가까우며 이런 문제 탓에 중국어에 대해 잘 알고 못 알고를 떠나서, 한국어식으로 배운 중국 역사속 인물들의 이름을 죄다 중국어로 변환해야할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중국인과 중국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일본과는 사뭇 대조적인데, 일본인들과 교류할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한국에서 통용되는 인명을 꺼내면 척하고 쿵하고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거세게 일어나는 편인데,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의 경우 원래 한자에 익숙한데다 인명을 한자로 표기하기 때문에 여차하면 필담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 과거인이든 현대인이든 기본적으로 한자가 아닌 한글로 표기하고 있어서, 한자에 익숙한 한국인이라도 중국인 한자명을 따로 기억하고 있지 않는 이상은 필담마저 제약을 받는 것이 현실이죠. 이 때문에 신해혁명 이전의 인명도 중국어 원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주류는 아니지만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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