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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어떻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냄새는 가끔 우리를 추억 속으로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전에 맡아본 적이 있는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불현듯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난 경험은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봤을 겁니다. 상당히 신비한 체험이긴 한데 대체 무슨 원리로 옛날 기억이 샘솟게 되는 것일까요?
시각이나 청각, 미각이 아니라 다름아닌 후각이 기억을 불러일으키게되는 이유는 우리가 냄새를 맡는 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후각 이외의 감각들은 시상(thalamus)으로 전달되지만 후각만큼은 예외적으로 다릅니다. 코에 있는 수용체에 의해 냄새가 감지되면, 그 신호는 곧바로 냄새를 분석하는 후각 신경구로 전달됩니다. 이 후각 신경구는 대뇌변연계에 위치하며 기억과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와 해마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자극되기 쉬우며, 그 결과 냄새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죠.
즉, 시각이나 청각과는 달리 후각은 편도체나 해마와 같은 기억과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연히 맡게된 꽃 향기 등이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트리거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후각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은 주로 10살 이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점이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 현상에 의해 인간의 기억력이 최절정에 도달하는 시기는 사춘기부터 성인기 초반까지라고 하는데, 후각은 이보다 훨씬 이전 시점을 재조망한다는 부분이죠.
아무튼 후각으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라면, 우리는 이런 신묘한 원리를 활용해서 학습에도 보다 효율적으로 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냄새로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외워서, 시험 당일 되살리면!? 생각만해도 유쾌하고 편해보이는 암기법이지만, 슬프게도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냄새로 되살아나는 기억은 개념적인 기억이 아니라 지극히 감각적인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 좋게 회상에 성공하더라도 그 냄새를 맡던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주위 상황은 기억이 나도 까먹고 있던 방정식이 기억이 안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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