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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이란, 혈족과 혼인관계를 통해 그 구성원에 포함된 혈족의 일원을 통칭하는 단어로, 근대・중세시기 까지만해도 정치적 주체의 최소단위로서 기능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가문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상실되지 않아서, 영국에서도 이를 기반으로한 귀족 제도가 버젓이 존재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1947년을 기점으로 화족제도 자체는 사라졌지만, 살아남은 화족 가문은 현재 일본의 정치, 경제, 사법체계에서 막대한 영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중부 유럽의 패권을 휘어잡던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일본 천황가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대개 수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의문이 남습니다. 귀족이나 왕족들의 가문이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오직 그들만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다른 소위 "천한 것"들은 이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것일까요?
진화학적으로, 지구 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약 35억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 후, 모든 생명은 DNA 재조합과 무수한 돌연변이를 거치면 진화를 거듭해왔고, 그 과정에서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개체들은 도태되고, 적합한 개체들만 살아남아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35억년 동안의 진화의 결과물이며, 그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천한 것"들의 조상이건, "유서 깊은 고귀한 자"들의 조상이건 간에, 우리 모두의 조상들은 극도로 불확실한 생존 과정에서 적응하고, 싸워왔으며, 그 결과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등장한 종들의 99% 이상이 멸종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들은 모두 믿을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존재입니다.
문서 등으로 기록된 역사만을 따지면, 특정 가문만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DNA라는, 훨씬 더 과학적인 기록에 기반해 볼때, 특정 가문이 쌓아올린 수백・수천년의 역사 따위, 우리 모두의 DNA가 거쳐온 35억년의 역사에 비하면 한톨의 모래알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어떠한 우월의식이나 열등감의 근거가 될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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