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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가 오타쿠의 성지가 되어버린 이유
도쿄도 치요다구에 위치한 아키하바라(秋葉原)는 별명인 오타쿠의 성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키하바라가 오타쿠와 연관되어버린 큰 이유 중 하나가, 태평양 전쟁 종전 이후의 미군정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죠.
종전 직후의 아키하바라 근처에 위치한 칸다 주변 도로에는 현재의 도쿄전기대학(東京電機大学)의 전신인 전기공업전문학교(電機工業専門学校)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부품 판매 노점이 다수 줄지어 있었습니다. 이때 라디오는 얼마 많지 않은 오락 중 하나였기 때문에, 라디오를 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문제는 전쟁에 의해 라디오 제조업체들의 공장 중 대다수가 소실되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완성품 라디오는 출하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어느 정도 기술만 있다면 부품을 사 모은 후 자력으로 라디오를 조립할 수 있었던 탓에, 라디오 부품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레 늘어났고, 칸다에서도 라디오 부품을 취급하는 전문성이 높은 노점상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1949년에 미군정이 "노점철폐령"을 내렸습니다. 이 노점철폐령은 미군정이 주요도로를 정비 및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한 정책이었으며, 이 때문에 칸다에 위치한 많은 노점상들도 예외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노점이 철거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위기에 직면하기 되기에, 노점상인들은 미군정을 상대로 직접 담판을 지으러 나갔고 그 교섭 결과, 노점상들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점상들에게 제공된 그 장소가, 바로 당시에는 비어 있었던 아키하바라 역의 고가 철도 아래에 있었던 공간이었습니다.
1950년대에 이르자 점점 대형 가전제품 메이커들의 경영이 재건되기 시작하면, 여러 가전제품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아키하바라에 있던 전기제품 상점들은 기술자나 매니아를 대상으로한 상품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전제품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전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점포가 그 뒤부터는 가전 붐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게 1960년대에 이르면 아키하바라는 가전제품의 마을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빅 카메라나 요도바시 카메라 등 교외 대형 점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조금씩 고객층을 빼앗기기 시작했고, 9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버블 붕괴의 영향으로 가전제품 판매점들이 속속 폐업하게 됩니다. 그리고 컴퓨터 용품을 메인으로한 매장들이 그 빈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컴퓨터 유저들은 주로 고스펙 컴퓨터를 사용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미소녀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컴퓨터 게임이 등장했죠. 그러면서 아키하바라는 컴퓨터로부터 점점 게임, 애니메이션 및 오타쿠 문화로 발전해나가게 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아키하바라는 원래부터 오타쿠의 성지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라디오 부품을 취급하던 노점상들이 미군정의 "노점철폐령"에 의해 모여 형성된 곳입니다. 이후 일본 경제의 재건과 함께 가전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경쟁 및 버블 붕괴의 영향으로 90년대 부터는 컴퓨터 용품으로 업종이 전환되면서, 그 때부터 컴퓨터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현재처럼 오타쿠의 성지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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