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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느 국가의 선진국 수준을 가늠할 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 프랑스의 RSF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와 더불어,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가 활용됩니다. 이 중 부패인식지수는 마치 해당 국가 정부・정치의 부패도 수준을 나타내는 절대적인 지표인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매우 큰 오류가 있습니다.
부패인식지수를 맹신하면 안되는 이유
먼저 부패인식지수는 실제 부패 자체를 계측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사업가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공무원과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했다고 느끼는지 수치화한 것입니다. 즉, 일반인은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느끼는 국가의 청렴도를 반영한다고는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느낌"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요소를 통계내어 수치화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각 개인의 가치판단이 개입되고 맙니다.
예를 들면, 2018년 부패인식지수로는 한국이 57점이고, 르완다가 56점, 이탈리아가 52점을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과 르완다의 부패수준이 거의 비슷하며, 이탈리아보다 월등하다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소수의 사업가와 전문가들의 가치판단이 부패인식지수 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특성상, 이들의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면 부정적일수록, 실제 부패도와 상관없이 이 수치도 낮게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부패가 일상화된 국가라면, 오히려 소액 뇌물 정도는 부정부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식해버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부패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부패인식지수 자체는 개선되어버리는 역설이 발생하고 맙니다. 뿐만 아니라 부패인식지수는, 해당 나라 또는 정부 자체의 부패수준 또한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흘러드는 검은 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주는, 마피아짓을 하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그 국가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있지 않는 이상은, 청렴한 국가라고 호도되는 것입니다.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한 국가의 정부가 다른 국가의 정부나 개인을 대상으로 뇌물을 주고 받는 것은 합법이되, 개인간에 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전자든 후자든 간에 잘못되었고 부정부패라고 판단하는게 당연하겠지만, 부패인식지수 입장에서는 오직 후자만이 부패한 상태라고 단언합니다. 따라서 부패인식지수에 확고부동한 공신력이 있으며, 해당 국가 정부・정치의 부패도 수준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간주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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