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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한민국이 물부족 국가라며, 물을 아껴써야한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때 주로 근거로서 언급되는 것이,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대한민국을 물부족 국가로 분류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이대로 가다간 물이 모자라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주장은, 매우 어리석고 비논리적인 선동과 날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자원이 정말 부족할까?
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은 1,240억㎥입니다. 이 중 337억㎥만이 실질적으로 활용되며, 그 외는 대부분은 홍수 등으로 유실됩니다. 그 중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에 공급된 수돗물 총량은 약 59억㎥입니다.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하자면 이용할수 있지만 이용하지 않았던 물의 양이 약 962억㎥라는 말이 됩니다. 조금 비약해서 인구 5,000만의 국가는 337억㎥의 물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의 수자원은 약 1억 8천만명 정도의 인구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나옵니다. 이건 어딜 둘러봐도 물부족 국가라고 볼수는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거론되는 데이터가, 수자원 총량을 총인구로 나는 1인당 사용가능 수자원이 되시겠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사용가능 수자원은 2005년 기준 약 1,488㎥정도이며, 이는 세계 130위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이 순위 자체는 사실입니다만, 여기에는 큰 허점이 있는데 국토 내의 수자원 총량만 반영될 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은 완전히 간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물부족을 겪고있는 아프리카 국가가 물 풍족국가로 분류되어 있는 반면, 수자원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탓에 물이 남아도는 편인 한국이나 일본이 대표적인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죠.
우리가 물을 낭비하는 국민인가?
우리나라 일인당 물소비량이 하루에 282ℓ정도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일인당 물소비량은 일본, 이탈리아와 유사한 수준이고 중국, 노르웨이, 미국, 호주에 비하면 훨신 적은 편입니다. 게다가 가정용 생활용수 부문에만 한정하면 미국, 일본, 스위스 등 다른 선진국보다 적습니다. 대한민국의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8.5%로 거의 전인구가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는 놀랄만큼 열심히 물을 아껴쓰고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
한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것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그런데 국내의 여러 이익집단들이 아무 생각없이 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심지어는 정부나 지자체마저 다목적댐 건설 등을 위해 이를 악용하고 선동한 결과, 우리나라는 자칭 물부족국가가 되었습니다. 2006년 세계물포럼에서 발표한 "물 빈곤지수(Water Poverty Index)"에서는 대한민국이 전세계 147개국 중 43위를 차지하며 물자원에 대한 위험도가 낮은 나라로 평가되었는데도요.
개인적 차원에서 물을 아껴써야한다는 주장 또한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생활용수로 쓰이는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농업용수로, 전세계 물 사용량 중 약 70%가 농업 용도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자원 중 47%가 농업용수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평균에 비하면 낮은 편이나 생활용수(23%)나, 공업용수(8%)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이죠. 즉, 물을 절약하자는 캠페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서 생활용수 소비를 반으로 줄인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의 수자원 소비량에서 볼때는 겨우 11.5% 정도만 감소하는데 그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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