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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럼은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기묘한 감각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겨드랑이나 목, 발바닥 등 신체의 특정부위가 타인에 의해 "자극"당하면,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자극"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신체접촉일 뿐, 인간의 웃음을 유발할만한 어떤 직접적인 요인도 제공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간지럼에 약한 사람이라면, 상대가 간지럽히려는 시늉만 해도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웃어버리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간지럽혀지면 웃는 것일까요?

 

 간지럼 공격에 웃음이 터지는 이유

가장 설득력이 있어보이는 주장은, 중요부위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간지럼을 느끼는 부위들은 대개 동맥이 피부 가까이에 있는데, 이런 부위가 다치게 되면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타인의 신체가 접촉될 경우, 우리는 반사적으로 이를 회피하려하고, 그 결과 몸을 움츠리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동일한 수준의 자극을 주더라도, 자기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는 경우에는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방어기제라는 이 주장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실제로 스스로 간지럽힐 때와 남에게 간지럼 공격을 당할 때의 뇌 반응을 비교하면, 소뇌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소뇌는 어떤 감각의 결과를 예측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남에게 간지럽혀질때 소뇌의 반응이 컸었다고 합니다. 즉, 자기 자신을 간질이려 할때, 우리 뇌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에 의한 간지럼은 언제 어떻게 멈출지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우리 몸이 반응해버리는 것이죠.

 

로봇을 사용한 실험에서도,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로봇에게 주기적이고 예측가능한 움직임의 간지럼을 프로그램한 후 실험해본 결과 간지럼을 탄 사람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속도나 간지럼의 범위를 계속적으로 변화하도록 프로그램을 바꾸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간지럼을 탔다고 합니다. 즉 예측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가, 간지럼이라는 자극을 주었을때 웃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지럼을 태우면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건 알겠는데, 왜 하필이면 그 방어기제가 "웃는 행위" 일까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간지럼을 태우지 않고 전류를 이용해 뇌의 감각피질만 자극해도 쥐가 웃음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게다가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은 아무리 간지럼을 태워도 좀처럼 웃지 않는 것처럼, 쥐 역시 불안한 환경속에서는 웃음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간지럽힘 당하면 웃는다는 행위가 연수반사나 척수반사같은, 신경 자극에 의한 무조건반사가 아니며, 뇌 영역이 웃음 자체를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그런데 이 과정속에서 왜 하필이면 뇌가 "웃음"을 유발하는 지는 아직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간지럽혀지면 웃는 이유를 모릅니다. 아마 이걸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노벨 생리학상은 따논 당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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