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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달걀이 먼저입니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는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로서, 생명의 시작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이었습니다. 이 의문에 대한 전통적인 답변은, 모른다, 였습니다. 사실 고대 철학자들은, 닭과 달걀 그 어느 쪽이 먼저 생겨났는지 밝혀내기 보다는, 인과관계를 추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며 무익하다고 결론짓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단은 당대사람들은 유용하게 속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진화론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에게는 결코 통용되지 않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먼저 닭은, 당연히 닭 비슷한 생물로부터 진화했을 겁니다. 이 진화를 위해서는 먼저 변이가 필요한 데, 변이는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생성될 때의 DNA재조합이나 DNA 복제시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생식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 변이는 해당 세대에서 끝나고 다음 세대는 기존의 DNA로 돌아가고 맙니다. 따라서, 어느 쪽이든, 해당 변이가 반드시 생식세포에 영향을 주어야만 변이가 유전됩니다.
즉, 현재의 닭이라는 존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달걀이 이전에, 닭의 난자 또는 정자가 생성될 때의 감수분열 과정에서 닭의 DNA가 결정되어야만 하므로, 달걀이 먼저인겁니다. 혹자는 생물은 세대간 차이보다 개체간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닭과 닭 비슷한 생물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DNA수준에서 분석하면 이론상 얼마든지 유의미한 차이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우 가축화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수세대만에 DNA 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외양마저 변화하는 경우도 있죠.
다만, 영국 셰필드 대학과 워릭 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에서, 닭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도 해당 연구결과를 곡해한 해석입니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달걀 껍질을 형성하는 단백질인 "오보클레디딘-17(OC-17)"이 닭의 난소에서만 만들어지기에, 닭이 없으면 달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건 달걀 껍데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혀낸 것이지, 달걀이 먼저라는 주장이 아닙니다. 애초에 OC-17 또는 유사한 달걀 껍질 강화 단백질은 다른 새들도 모두 갖고 있으며, 닭이 되기 전인, 닭 비슷한 생물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단백질을 당연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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