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인류에게 멸종위기가 있었다고?!
중세 유럽의 기록을 살펴보면, 1258년 여름 이후 기상이 극도로 악화해 추위와 비가 끊이지 않다가 홍수까지 일어났다고 하는, 이른바 지구 한랭화와 이에 따른 흉작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갑자기 왜 뜬금없이 급격하게 기후가 변화했는가 하면, 그 원인은 인도네시아 롬복(Lombok)섬에 있는 사말라스(Samalas) 화산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롬복 화산 일대를 조사한 결과 1257년 이 화산에서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고, 어마어마한 양의 암석과 재가 분출되었으며 미세한 입자들은 40㎞ 이상 상공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즉, 이 화산 폭발이 한참 멀리 떨어진 중세 유럽에도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중세 유럽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께나 다름없었죠.
오늘날 인류 입장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이나 운석 충돌, 외계인의 지구 침공(?) 등이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사실 화산 폭발 역시 만만찮게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화산폭발이 인류를 멸종위기로까지 내몰았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 학설의 이름은 토바 재앙 이론(Toba catastrophe theory)으로,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Sumatra) 섬의 토바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켜 기후의 한랭화를 초래한 끝에 인류의 진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학설입니다. 지질학 · 고 인류학 분야에서는 이 시대의 기후 변화를 가리키는 토바 사변(Toba event)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죠.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제시된 토바 재난 이론에 따르면 지금부터 7만 년부터 7만 5000년 전, 토바 화산이 카테고리 8 규모의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 폭발로 방출된 에너지는 TNT 화약 1기가톤 분량이었으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경험해온 화산 폭발 중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토바 화산 폭발에 따른 화산재는 동남아시아 · 남아시아 를 중심으로 두껍게 쌓여 있으며, 인도·파키스탄에서도 토바 화산에서 유래한 약 7만년 전의 화산재가 2m 두께로 퇴적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토바화산폭발로 인해 분출된 막대한 양의 화산재는 햇빛을 차단해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이 발생하여 지구의 기온은 평균 5℃ 가량 저하했으며, 이후로도 이 급격한 한랭화는 약 1000년간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재앙적 환경 속에서 인류 역시 개체수 감소를 피할 수 없었으며, 결국 지구상 전체 인구는 대략 1만~3만까지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류의 총 인구는 76억 명에 달하지만 유전학적으로 보면 현세 인류의 개체수에 비해 유전적 특징이 균질한 편인데, 토바 재앙 이론의 지지자들은 이것이 토바 사변의 병목 효과에 의한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전개된 추가적인 연구에 의하면, 토바 재앙 이론의 기후 관련 주장과 유전자 관련 주장을 동시에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당시 벌어졌었던 기후 변화는 토바 재앙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였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2000년에 제안된 긴 병목(long bottleneck) 이론이 대체재로 떠올랐는데, 이는 치명적인 환경 변화보다는 제한된 유전적 변이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이었죠. 이에 의하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인구가 10만년 전부터 후기 석기 시대에 이르러 이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할 때까지 감소했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화산폭발 자체의 위험성을 경시해서는 안됩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화산폭발은 미국 및 캐나다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발생했는데, 이때 분출된 화산재는 지구 반대편까지 뒤덮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폭발이 오르도비스기 및 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의 원인이었거나 심지어는 판게아 분리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죠. 두번째로 거대한 화산폭발은 러시아 시베리아의 시베리아 트랩이었으며, 이는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이라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인도 데칸 고원의 데칸 트랩인데, 이 또한 K-pg 멸종의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죠.
- 지구온난화로 꽃 색깔이 바뀌고 있다고?
- 전자레인지에 금속을 넣으면 위험한 이유
- 얼음은 왜 물에 뜰까?
-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동전에 맞으면 죽을까?
- 에디슨은 혼자힘으로 전구를 발명했을까?
- 비행기가 번개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 바다는 왜 푸른색일까?
- 왜 금속은 빛이 날까?
- 화성 이주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할 "창시자 효과"란?
- 너무 더우면 비행기도 날수가 없다!??
- 비행기는 어떻게 인공 구름을 만들어낼까?
- 씨 없는 수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운석 낙하는 왜 보기 드물까?
- 산 높이에는 한계가 있다!?
- 불을 붙이면 불타는 얼음 호수가 있다!?
- 인류가 우주에서 진출할 수 있는 한계는?
- 수학을 못하면 과학자가 될 수 없다?
- 과학자들은 SF를 싫어할까?
- 과학자는 왜 희귀한 직업일까?
-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는 이미 둔화되었다?
- 자연사는 정말 고통이 없을까?
- 깜짝 놀라면 왜 죽을까?
- 물 속에서는 가위로 유리를 자를 수 있다!?
- 새우나 게를 삶으면 왜 빨갛게 변할까?
- 장마철 세탁물에서 냄새가 나는 원리
- 비행기 착륙시 들리는 충격음의 비밀
- 먼지는 왜 하필 회색일까?
- 비행기는 후진을 안한다!?
- 식후 복용하는 약을 식전에 먹어도 될까?
- 생선살 색깔이 다른 이유
- 거품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 헬리콥터는 엔진이 멈춰도 곧바로 추락하지 않는다!?
- 컴퓨터 버그(bug)는 사실 진짜 곤충(bug)이었다!?
- 진짜로 총알이 미사일보다 속도가 빠를까?
- 사막에도 홍수가 난다고?
- 다이아몬드는 사실 불에 탄다
- 지우개를 급격히 냉각시키면???
- 브레인록 현상, 뇌가 죽음을 받아들이면 정말로 죽는다
- 뇌는 비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 죽기 직전에도 청각만큼은 살아있다
-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무슨맛? 사실 먼지맛
- 에어컨 냉방 25℃와 난방 25℃는 왜 같은 온도가 되지 않을까?
- 육식을 하면 성격이 포악해진다?
-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 바닷물은 왜 짤까?
- 돼지는 불결한 동물이 아니다
- 왜 우리는 물고기가 바보라고 생각했을까?
- 생물의 존재의의에 대한 고찰
- 과학자에 대한 두 가지 오해
- 육식동물은 공격적이고, 초식동물은 온화하다?
- 고장난 기계는 때리면 고쳐질까?
- 핵전쟁이 일어나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 인간이 최강의 생물인 이유
'EXㅣ과학ㅣDB'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는 비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0) | 2021.05.14 |
---|---|
제초작업 직후 나는 풀냄새의 충격적인 정체 (0) | 2021.05.11 |
지구온난화로 꽃 색깔이 바뀌고 있다고? (1) | 2021.05.08 |
전자레인지에 금속을 넣으면 위험한 이유 (0) | 2021.05.07 |
얼음은 왜 물에 뜰까? (0) | 2021.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