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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는 이미 둔화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까요 아니면 느려질까요?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흔히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근거로 내세우곤 합니다. 무어의 법칙은 그야말로 20세기 이후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용어로, 인텔(Intel)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1971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한 이후,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매년 2배 늘어난다는 주장을 한 것이 그 기원입니다. 그도 자신의 주장에 무리가 있음을 깨닫고 75년에 2년으로 수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 법칙은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켜져왔습니다.

그러나 그 무어의 법칙도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현상은 절대 일시적인 정체가 아니었으며, 이 때문에 기술발전 가속화론자들은 이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보다는 얼버무리거나 생략해버리는 등 이중 잣대를 보이곤 하죠. 그러나 CPU 생산을 주도해온 인텔을 보면 2010년대 후반 들어서 공정미세화의 진행속도가 더뎌진 것은 그야말로 확연합니다. 비단 반도체 분야 뿐만 아니라 제약 분야에서도 이런 정체 현상이 두드러져 있는데, 생명공학 통계에 따르면 지난 40여 년간 신약물질을 만드는 데 소요된 R&D 예산은 9년 단위로 두 배씩 증가했다고 합니다. 

제약분야의 R&D효율

즉, 의약품 개발 비용이 커짐으로 인해 생산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제약의 경우에는 인증절차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발전 속도의 현저한 둔화를 명쾌히 설명해내지는 못합니다. 제약계에서는 이를 무어(Moore)의 영문 철자를 거꾸로 뒤집은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라고 이름을 붙인 상태입니다. 이 이룸의 법칙은 반도체나 제약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존재했었던 과학적인 의문들 중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을만한 의문은 대부분 이미 해결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연구 과제들을 보면 대부분 난제들입니다. 생물학에서는 다윈의 종의 기원론 이상의 원리를 찾아내지 못한지 오래이며, 물리학은 양자학과 우주론에서 발견의 효율성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반면 인류의 지식 총량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각 학문 분야 하나하나의 양과 깊이는 너무나도 거대해졌고, 이 탓에 제아무리 똑똑한 천재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선 영역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모든 과학 부문이 물리학이나 생물학처럼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19세기나 20세기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급증한 상황이며 과학적 성과 역시 과거에 비해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과학은 이미 수확체감의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 발전 속도가 저절로 가속화되기는 커녕 현재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더 많은 과학적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학연구에 할당할 수 있는 인적 자원과 경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그 속도는 점차 더뎌지게 될 수밖에 없죠. 

다만 극도로 발달한 약 인공지능을 과학연구에 보조적으로 활용한다거나, 두뇌칩을 활용하거나 생체공학적으로 뇌를 개조해 연구자의 지적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등, 효율성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등의 변수는 존재합니다. 물론 인간의 두뇌가 지닌 생물학적 한계 때문에 이마저도 기술발전의 공세종말점을 조금 더 연장시키는 정도의 효과밖에 거두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 자가진화형 강 인공지능이 연구자의 지위를 대체하게 되는 특이점이 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이라는 패러다임이 그 근본부터 송두리째 뒤바뀌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때까지는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속도는 하강압력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며, 이 때문에 현존하는 인류 문명이 그 지점에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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