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우주에서 진출할 수 있는 한계는?
인류가 우주에서 진출할 수 있는 한계는?
우주는 초월적으로 넓습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만 해도 최소 2조 개의 은하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의 갯수는 지구에 있는 모래알의 갯수보다도 많습니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초속 약 3억 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측 가능한 우주는 전체 우주에 비하면 매우 좁을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만약 인간이 3차 세계대전이나 외계인의 침공, 좀비 바이러스 등에 의해 멸망하지 않고, 기적적인 과학 발전을 이룩하고 우주에 진출하기 시작한다면 인류는 관측 가능한 우주 영역을 넘어 모든 은하계를 정복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렇게 답할 겁니다. 불가능하다고. 현재의 과학 이론에 따르면, 관측 가능한 범위 너머에 존재하는 우주는 영원히 관측할 수도, 인류와 상호작용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체 왜일까요? 원인을 따지자면 빅뱅 시기로 거슬러올라가야만 합니다. 빅뱅과 그로인한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리 우주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팽창하고 말았습니다. 이 팽창이 약간 진정되었을 때야 비로소 중력이 작용하기 시작했고, 이로서 비교적 가까운 범위 내에서는 은하군이 형성될 수 있었지만 먼 거리에서는 중력이 힘을 쓰지 못했죠.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빅뱅의 여파와 암흑 에너지 때문에 우주 공간 자체는 계속적으로 팽창하게 되며, 이 때문에 각 은하군 사이의 거리는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게 됩니다. 그 속도는 은하군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다르며, 먼 은하군의 경우에는 빛의 속도보다도 빨리 멀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는 듯한 서술같지만 물질이 빛의 속도를 넘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은하군 사이의 공간이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은하군에서 관측하는 상대 속도가 빛보다 빨라진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아마 국부 은하군을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멀리 있는 은하군이 더 멀어지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이며, 이러한 특성 탓에 차원 도약이나 웜홀처럼 SF적인 초광속 항행수단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우리 인류는 전체 관측 가능한 우주 영역은 커녕 국부 은하군에 진출하는 것도 기적적인 일일 것이니까요. 또 하나 더 슬픈 사실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먼 은하군은 더욱더 멀어져 언젠가는 관측조차 불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로 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받아들여지는 빅 프리즈(Big Freeze)론에 의하면,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게 되며 우리보다 훨씬 후대에 태어나게 되는 지적 생명체는 우주 속에는 진공과 어둠밖에 없으며 은하는 자신들이 속한 곳밖에는 없다고 결론짓게 되겠지요. 만약 우주 배경 복사조차 관측되지 못할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났다면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인류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서 과학문명을 세운 셈이고,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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