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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는 번데기 안에서 액체처럼 걸쭉해진다!?

이번에는 누구도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번데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은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놀라운 과정에 대해 배웁니다. 그 이야기는 주로 알에서 갓 태어난 매우 배고픈 애벌레의 꼬물꼬물에서 시작되어, 나뭇잎사귀를 베어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수차례 허물을 벗고 몸집을 키우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애벌레는 갑자기 먹기를 멈추고 나뭇가지나 잎사귀에 거꾸로 매달려 부드러운 실을 뿜어내 번데기로 온몸을 감싸게 되며, 영겁같은 정지화면이 흐른 후 결국 나비가 되어 화려하게 등장하죠. 여기까지는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애벌레 인생역정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애벌레의 번데기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나비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이면의 스토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마 초등학생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실제로 이 번데기 안에서는 웬만한 스플래터 영화 저리가라는 수준의 고어가 진행됩니다. 호기심 많은 어른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좀 더 진행해보자면, 번데기 안으로 들어간 애벌레는 스스로 소화 효소를 방출합니다. 인간으로 따지면 옴짝달싹 못하는 좁디 좁은 상자안에 갇혀 위액을 토하는 것이죠. 생물의 소화 효소는 기본적으로 산성을 띄기 때문에 애벌레의 모든 생체 조직은 용해되어 걸쭉한 액체로 변화합니다. 인간이라면 벌써 이 시점에서 쇼크사하겠죠. 이 시기에 번데기를 잘라서 확인해보면, 애벌레가 엿보이는 게 아니라 애벌레 스프가 흘러나오게 됩니다. 

다만 번데기 안의 내용물은 엉망진창으로 섞여있기만 한 애벌레 스프는 아닙니다. 호흡기관이나 소화기관은 어느 정도 유지되며 성충원기(imaginal disc)로 알려진 고도로 조직화된 특정 세포 그룹은 상기 소화 과정 속에서도 살아남습니다. 그 후 번데기 내부에 충만해 있는 액체 단백질은 성충원기의 세포분열을 촉진시키는데 사용되는데, 이 세포분열은 상당히 극적이라서 초파리의 경우 용해과정에서 남는 성충원기의 세포수는 고작 5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변태가 끝나는 시점에 이르면 세포수가 5만개 이상으로 불어나게 될 정도입니다. 

초파리(Drosophila)와 애벌레

그리고 이 엄청난 세포분열과정을 통해 날개, 더듬이, 다리, 눈, 생식기 등 성충의 신체기관이 갖추어지게 된 결과, 우리가 아는 나비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즉, 단순히 몸이 변형되어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는게 아니라, 번데기 안에서 애벌레의 몸이 완전히 녹아 액체 단백질로 변하면, 그것을 활용하여 성충으로 새롭게 자라나는 것이죠. 번데기 속에서 대격변에 가까운 변화를 겪기는 하지만, 완전변태하는 곤충들 중 일부는 애벌레 시절 보유했던 특정 근육과 신경계의 일부가 성충인 시기에도 보존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충 시절 배웠던 사실들도 기억한다고 하죠. 

겉으로 보기에는 안전해보이는 번데기 껍질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공포스럽고 잔혹할 정도로 치열한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나비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른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한 후, 나비가 되는 과정을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것마냥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실패했지만 번데기는 성공적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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