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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는 경이로울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다

2016년, 노르웨이 툰드라 지역 하르당에르비다(Hardangervidda) 국립공원에서 순록 323마리가 벼락을 맞고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 국립공원 측은 사체를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는데, 이런 사체를 방치할 경우 쥐나 구더기가 들끓어 폭발적으로 번식하게 되고 결국 생태계가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곳의 생태계에 문제가 생겼을까요? 사실, 결과는 달랐습니다.
 
순록 시체가 썩으면서 벌레와 쥐가 들끓기는 했지만, 이들을 노리고 까마귀나 독수리 등의 새들이 나타났으며, 이 새들을 잡아먹는 여우 같은 큰 동물들이 등장함으로서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의 순환이 이루어진 것이죠. 이 덕분에 국립공원 측을 비난했던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도 생태계가 훼손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순록시체가 썩으면서 자연 비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식물군이 번성하였고 이를 먹고 사는 초식동물의 개체수도 대폭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노르웨이의 사례가 이례적인 사건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페름기 대멸종(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이 다른 예 중 하나인데, 이 시기에는 달팽이가 세계를 정복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1~2년이 아니라 무려 300만년 동안이나요. 페름기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최대의 멸종으로, 그 전까지 존재했던 생물종 중에서 전체의 약 96%의 종이 절멸한 사건인데 "종"이 멸종했다는 말은 완전히 없어져서 씨가 말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절멸한 개체수는 96%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숫자입니다. 당연히 순록 323마리와는 비교도 안되며, 인류에 의한 멸종인 홀로세 절멸(Holocene extinction)조차도 이 페름기 대멸종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런 파멸적인 대멸종 앞에서도 달팽이들은 살아남았고, 그 후 게나 파충류 및 포유류로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즉, 자연 생태계의 생명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훨씬 강력합니다. 심지어는 당장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인 전면 핵전쟁이 벌어져도, 지구 표면이 국지적으로 파괴되고 핵겨울로 인한 기후 변화가 초래되어 인류 문명에 괴멸적인 타격을 줄 지언정 지구 생태계 자체는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K-Pg 멸종 시기 때도 운석 충돌로 인해 핵겨울이 발생했지만, 결국 지구 생물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참고로 공룡을 멸종시킨 K-Pg 멸종의 운석 충돌의 위력은 1~2.4억 메가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핵폭탄인 차르봄바(50Mt)의 160만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입니다. 심지어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를 동시에 폭발시킬 경우 그 폭발 에너지의 합이 약 7천 메가톤이라고 하니, 이보다 1만배 이상 더 거대한 충격을 받고도 지구 생태계는 살아남은 것입니다. 물론 핵무기로 인한 방사능도 일시적인 악영향은 있겠지만, 결국 핵물질의 반감기가 지나면 자연 상태가 회복하게 되기에 전면 핵전쟁이 발발해도 지구의 자연 생태계는 머지않아 회복될 겁니다. 지구 생태계는 연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끈질기고 경이로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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