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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은 태생부터 여왕벌이었을까?
벌 집단 중에서는 번식능력을 지닌 여왕벌이 있으며, 일벌은 기껏해야 먹이를 구해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왕벌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여왕벌은 태어난 그 시점부터 여왕벌 DNA를 가지고 있어, 여왕벌이 될 운명을 타고난 존재일까요? 실은 여왕벌 DNA 같은건 없고, 유충 시절에 로열젤리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에 따라 여왕벌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로열젤리는 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길래 일벌을 여왕벌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걸까요?
로열젤리는 여왕벌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알려져왔습니다. 여왕벌은 일벌과 똑같은 유전자를 지녔지만, 로열젤리를 듬뿍 먹고 자란 여왕벌만이 난소가 발달해 번식하고 수명도 일벌보다 40배나 깁니다. 그래서 대개 로열젤리에 어떤 특수한 성분이 있으리라고 짐작되었고, 이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대체 어떤 성분이 이런 특별한 효능을 낳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놀랍게도 로열젤리에는 벌의 성장을 촉진하는 엄청난 성분이 함유되어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왕벌 이외의 벌들이 먹는 먹이에는 로열젤리에는 없는 식물 RNA 성분이 들어가 있으며, 바로 이 RNA가 암컷 꿀벌의 성장과 번식력을 저하시켜 일벌이 되도록 결정짓는 것입니다. 로열젤리는 육아를 담당하는 일벌 머리의 인두샘에서 분비되는 동물성인 반면, 일벌들이 먹이로 삼는 꿀벌 화분은 미세한 꽃가루와 벌의 타액을 뭉쳐서 만드는 작은 덩어리로 당연하지만 성분 자체가 식물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식물에게는 microRNA라고 불리우는 길이가 짧은 RNA가 있는데 이는 리보 핵산(RiboNucleic Acid)이라고도 하며, 이는 식물의 체내에서 발현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식물 RNA는 로열젤리에 비해 꿀벌 화분에 훨씬 함유량이 높은데, 연구실에서 정제한 식물 RNA가 들어간 꿀벌 화분을 유충에게 주면, 체중이 가볍고 체장은 짧으며 난소는 작아지고 더 일벌에 가까운 형태로 된다고 합니다. 꿀벌과는 달리 딱히 사회성이 발달하지도 않았으며 신분제도도 없는 초파리 유충들에게 식물 RNA를 정제한 먹이를 주자, 무게도 가볍고 작으면서도 번식력이 감소한다는 사실도 밝혀졌죠. 즉, 이 식물 RNA가 벌이 지니고 있는 신분제도의 원인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로열젤리의 성분 때문에 일벌 유충이 여왕벌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여왕벌이 되어야할 유충이 식물 RNA가 든 꿀벌 화분을 먹다보니 번식력과 크기발달이 저해되서 일벌로 성장하고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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