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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동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벌들은 근면과 성실함, 자기희생의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자신보다는 무리를 위해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때까지 일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얘네들처럼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연하게 열심히 일한다고 알려져 있는 일벌이지만, 정확하게는 하루에 몇시간 정도 일을 하는 것일까요? 20시간? 24시간? 놀랍게도, 현실은 우리의 예상을 비참하게 배신합니다.

 

 

 일벌은 정말 근면할까? 하루 노동시간은?

일벌들은 기본적으로 암컷입니다. 여왕벌은 "여왕 물질"이라는 페로몬을 분비하는데, 이 페로몬의 작용으로 일벌들의 난소는 위축되며 출산을 방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린 일벌은, 무리 전체를 위해 죽을때까지 일한다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일벌들의 수명은 우화한 이후에 대략 45일에서 6개월 정도이지만, 그 기간내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일을 합니다. 꽃가루와 꿀을 수집하거나, 둥지 내부에서도 청소나 육아, 먹이 저장, 둥지 보수, 여왕벌을 보살피는 등 벌의 군집 사회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종류의 일을 일벌들이 담당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일벌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할까요? 연구자들은 많은 일벌의 꼬리부분에 매우 작은 크기의 등번호를 붙인 뒤, 양면 유리로 된 우리에서 관찰한 결과 놀라울만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밝혀낸 일벌의 하루평균 근로시간은 6.7시간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하루 법정 노동시간이 8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일벌들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근면의 상징인 일개미는 어떨까요? 일개미의 경우,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6시간으로 일벌보다도 적습니다!

 

이 노동시간만 놓고 보면 배신감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현대 인간 사회에서는 회사와 가축을 합쳐 만든 신조어인 사축(社畜)이라는 단어가 등장할만큼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었는데, 지금껏 열심히 일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일벌과 일개미들은 사실 하루 중 대부분을 하라는 일은 안하고 빈둥빈둥 놀러다니던 베짱이였다니! 다만, 일벌들이나 일개미들을 위해 변명을 좀 해보자면, 인간의 수면에 해당하는 진정한 휴식시간은 3.8시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이들에게는 인간처럼 휴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1년 365일을 계속 일하기 때문에, 이를 연간 노동시간으로 환산해본다면 꿀벌은 2,445.5시간이고, 개미는 2,190시간입니다. OECD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7년 기준 1746시간이고, 한국은 2024시간이니, 사실 일개미들이나 일벌들이 인간 평균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일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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